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덕인 기자 |
1.50%→1.75%로…금융 불균형 심화에 금리 인상 기조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인상이다.
30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인상된 이후 1년 만에 1.75%까지 오르게 됐다. 한은은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금융 불균형 심화와 대외 금리 차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잠재 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소비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가계부채 인상폭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혓다. /이덕인 기자 |
앞서 채권전문가들도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28일 발표한 채권시장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79%는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확대된 것에 따른 전망이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대출금리도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오히려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만으로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오른 연 3.64%를 기록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가계에서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로 가계부채 포괄 지표다. 부채 금액이 상당한 만큼 0.25%포인트 인상에도 가계에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에 따라 금리 추가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나 가계 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주의깊게 살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