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처리에 대한 정당성을 둘러싼 삼성바이오와 금융 당국 간 법정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에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삼바 분식회계 이슈' 이재용 3심 '새 쟁점' 될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바이오 계열사의 성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 사이에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부)
"삼성 계열사의 개별현안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그 효과가 확인되는 것일 뿐,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이재용 부회장 2심 재판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대한 정당성을 둘러싼 삼성과 금융 당국의 기 싸움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으로 선공에 나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의결 조치에 삼성바이오가 2주 만인 28일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카드를 꺼내들면서 전례 없는 '논리전'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양측의 공방이 과열되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은 이제 '삼성바이오'라는 개별 회사를 넘어 이번 논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에 미칠 영향에 쏠리는 분위기다.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금융 당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바이오의 부적절한 회계 처리는 애초부터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짜 맞춰진 각본이었다'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회계 처리 문제는 이 부회장의 승계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주장을 펴는 삼성바이오가 승기를 잡을 경우 '말 바꾸기' 논란이 불거진 금융 당국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가 28일 자사 회계 처리에 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삼성바이오 제공 |
삼성바이오 이슈로 '삼성 승계'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 부회장의 1, 2심 재판부가 각각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 내린 법리적 해석과 판단에도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삼성바이오 상장'이라는 개별 현안에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의 재판에서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문제가 직접 다뤄진 적은 없다. 삼성바이오가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당국의 특혜가 있었는지가 공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묵시적)청탁'의 전제로 제시한 개별현안 가운데 지난 2015년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포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바이오 콜옵션 공시 고의 누락→제일모직 가치 상승→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산정→이 부회장 지배력 확대'라는 쪽의 주장대로라면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재판 당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2015년 7월 24일 기준으로 통합 삼성물산(51.2%)과 삼성전자(46.3%)의 지배를 받는 계열사로써 해당 기업 등 바이오 사업 계열사의 성장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열사 개별 현안이 특검이 전제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개편'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상호 대가를 전제로 한 '심리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삼성바이오 상장과 삼성물산 합병 등 삼성의 개별현안과 이 부회장의 승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금귱 당국과 삼성바이오의 기 싸움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 이슈'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팩트 DB |
지난 2월 열린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의 해석은 더욱 분명하다. 당시 재판을 심리했던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삼성의 개별현안 자체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을 포함 재판에서 다뤄진 삼성 계열사들의 개별현안에 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역시 사후적으로 그 효과가 확인되는 것일 뿐, 특검의 주장대로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삼성바이오 이슈를 삼성(이재용)의 승계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을 전제로 이 부회장의 3심 재판에도 금융 당국의 결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면서 "그러나 3심의 경우 하급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만을 토대로 법리적 해석을 하는 데다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적정성'에 대한 문제는 정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해석 논리'인 만큼 이번 이슈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재판의 흐름 자체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