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24일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로 가입자 이탈과 소상공인 불매운동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26일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인근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KT, '아현지사 화재'로 부정적인 여론 불가피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KT가 아현지사 화재로 유례없는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가입자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경우 KT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불매 운동'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나 5G 전파 송출을 코앞에 둔 상황에 KT를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번져 후폭풍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불편을 겪은 가입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KT의 대응에 따라 불매운동도 예고하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통일로의 한 카페 카운터에 카드 결제 불가 표시가 붙어있다. /이덕인 기자 |
◆KT, 화재 이후 가입자 꾸준히 감소…소상공인들은 '불매' 예고
이번 화재 사고로 KT 가입자 이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업계 등에 따르면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지난 24일 KT 가입자는 전날보다 828명 순감했다. 신규 가입자보다 이탈자가 해당 숫자만큼 많다는 뜻이다.
또한 26일에는 678명, 27일에는 169명 순감해 3영업일 동안 가입자가 총 1666명이 줄었다. 화재 전인 22일과 23일만 해도 각각 69명, 83명 순증했는데, 급격하게 빠져나간 것이다.
아현지사 화재로 불편을 겪은 KT 고객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T는 국가기간망을 관리하고 있던 만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소상공인들은 KT의 대응에 따라 법적 집단소송과 함께 KT 회선 해지 등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아현지사 화재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KT의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KT는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결제기 이용이 가능하도록 무선 LTE 라우터 1500대, 무선결제기 300대, 무료 착신전환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보상안은 나오지 않아 이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통신 장애로 카드 결제가 안 돼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상황을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진정성 있는 신속한 대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에게 KT는 어떠한 설명도 외면했고, 소상공인들은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KT 아현지사 화재가 5G 등에 새로운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기존 망 관리와 안전 대책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국내 이통사, KT 화재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삐걱'
전파 송출을 코앞에 두고 있는 5G 서비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KT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5G 관련 행사를 취소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에 맞지 않게 조촐해진 분위기다.
당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8일, KT는 29일 5G와 관련해 사업 전략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이후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행사를 잇따라 취소 또는 지연했다.
KT는 "화재사고로 인한 통신장애를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5G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게 됐다"며 "모든 역량을 기울여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업계 분위기에 따라 조용히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통 3사는 간담회 일정은 연기했지만, 5G 전파 송출은 예정대로 오는 12월 1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5G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G 상용화는 사실상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내년 3월부터 가능한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기존 망에 대한 품질 관리나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채 5G 등 새로운 서비스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5G 서비스를 바로 체감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5G 서비스에 주력하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에도 급하게 서두른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이런 시각이 더욱 짙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