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존재감이 미비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합작이라는 '반전 카드'를 꺼내들 전망이다. /더팩트DB |
폭스바겐, SK이노베이션 MEB 프로젝트 참여 검토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정유 '맏형' SK이노베이션이 후발 주자로 뛰어든 전기차 배터리 제조 사업에서 폭스바겐과 손잡고 유럽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은 연말 이사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MEB(북미 그룹 전기차 플랫폼, Modular Electric Drive) 참여 여부를 검토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MEB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폭스바겐과 유럽 폴란드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합작으로 건설하게 된다.
폭스바겐 MBE프로젝트는 대규모 전기차 자체 생산라인을 갖추기 위해 오는 2020년부터 향후 10년 간 셀 기준 45조 원, 모듈 기준 60조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갖추는 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 총 전기차 650만대 분량으로 계획됐던 프로젝트 규모는 2020년부터 향후 10년 간 총 9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이르면 올해 안에 양 사의 업무협약(MOU)이 맺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독일 매체 매니저매거진과 미국 전기차 매체 일렉트릭도 각각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양 사의 합작 가능성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연이어 건설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눈여겨볼 만 하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금탄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이 합작법인은 오는 2020년까지 8200억 원을 투자하며 연간 30kWh(약 25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달 7일에는 같은 창저우 금탄 경제개발구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공장 부지를 건설하는 기초공사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0년 3분기에 양산화를 목표하고 있다. 또 배터리 셀 공장은 합작사로 건설 중인 금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준공되는 시점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7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Lithium-ion Battery Separator)/세라믹코팅분리막(CCS, Ceramic Coated Separator)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충북 증평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급업체는 2곳뿐, 폭스바겐 잡아야
다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존재감은 미비한 수준이다. 실제로 11월 전기차 배터리 통계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 미만으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일본의 파나소닉(24.2%)은 물론 중국의 CATL(20.0%), 국내 업체인 LG화학(7.9%)과 삼성SDI(3.7%)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과 협업해 대규모 배터리 제조 공장 설비에 돌입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은 제고될 전망이다. 또 이번 협업은 SK이노베이션이 안정된 고객사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화학은 BMW, GM,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기아차, 포드, 다임러, 볼보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도 BMW, 폭스바겐,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는 현재 다임러와 기아차에 그친다. 사업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전기차 생산 계획이 뚜렷한 폭스바겐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시장 내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3년 간 주력 사업인 정유업 호황을 통해 투자력이 확보된 상황이다"며 "이번 (폭스바겐과) 합작사업이 성사된다면 LG화학과 삼성SDI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단숨에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