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축구 행정 시절 최측근으로 있던 가삼현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승격됐다. 이를 두고 지난해 권오갑 부회장에 이어 정 이사장의 축구 인사가 중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공통분모 '정몽준 축구 동지'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불린 가삼현(61)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이 그룹 연말 인사를 통해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경영진이 물갈이 되면서 선두주자로 가삼현 사장이 발탁된 셈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에 이어 또다시 정몽준 이사장 특유의 '축구 인사'가 작용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6일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가 사장을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특히 가삼현 사장의 중공업 사장 내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가 사장은 권오갑 부회장만큼 정몽준 이사장의 최측근이자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한 축구협회 관련 업무를 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이사장과 16년 동안 축구협회에서 동고동락한 가삼현 사장
가삼현 사장의 이력은 현대중공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1957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에서 근무해오다가 정몽준 이사장이 199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16년 동안 축구계에서 일을 할 때 정 이사장과 함께 축구협회에서 그림자 역할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장과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16년 간 정 이사장을 보좌하다가 회장직을 그만 둘 때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했다.
정몽준 이사장이 회장을 맡기 전까지 축구협회 행정은 아시아 범주를 벗어나지 못 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아시아에서조차 동남아시아에 밀리는 처지였으나 정몽준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현대중공업의 엘리트 직원들을 대거 수혈, 축구행정의 선진화 기틀을 마련하며 사실상 일본에 내정됐던 2002월드컵을 한국과 공동개최로 끌어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가삼현 사장 내정자는 물론 고승환 전 현대호텔 사장도 모두 이때 축구협회에서 쇄신작업을 수행한 정 이사장의 측근들로 꼽힌다. 국제무대에 이름조차 내밀지 못 하던 한국 축구 행정을 아시아는 물론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정 이사장의 신임을 받았다.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학원 축구단 창단과 운영 등에 관여하며 한국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겸임하고 있다.
가삼현 사장은 날카로운 분석력과 국제적 감각으로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가 사장이 2014년부터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을 지낼 때 정 부사장이 부문장을 맡아 5년 간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권오갑(왼쪽부터)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겸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가삼현 신임 현대중공업 사장은 모두 정몽준 이사장의 축구 행정을 직간적접으로 도운 공통분모가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
◆권오갑 부회장은 범 현대그룹 축구단 '산파', 현재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이 같은 인연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가 과거 정몽준 이사장 곁에서 축구 행정을 도운 인물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당시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사장이던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강환구 현대중공업 현 사장과 공동대표를 해오다가 지난해 인사를 통해 그룹지주사 부회장으로 승격됐다. 반면 강 사장은 이번 인사 이후 현대중공업 자문으로 물러난다.
특히 권오갑 부회장은 가삼현 사장처럼 직접적으로 축구협회 업무를 도운 인물은 아니지만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 현대중공업스포츠단 단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내며 국내에서 정 이사장의 축구 행정을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권오갑 부회장은 지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04년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을 맡으며 축구 행정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기도 했다.
또한 권오갑 부회장은 지금도 축구 행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4년 임기를 채운 뒤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다시 추대를 받아 총재직을 연임하고 있다. 당시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단독으로 입후보 했으나 과반 득표 실패로 낙선하며 권 부회장이 직무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지주사 부회장으로써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도 믿지 않은 2002월드컵 유치한 동지 의식, 어려울 때 또 '신임'
중공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선장을 맡은 사람들이 모두 정 이사장과 축구로 맺어진 인사란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몽준 이사장과 권오갑 부회장, 가삼현 사장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 '한 번 믿음을 준 사람은 결코 버리지 않는' 정몽준 이사장의 인사스타일이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풀이가 나올 만한 일이 있다. 가삼현 사장이 오래 전 과로로 병상에 누웠을 때 정 이사장이 문병을 가 통곡을 했다는 얘기는 축구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한 일화다"면서 이들의 두터운 신뢰를 귀띔했다.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 할 때 이를 해낸 사람들 간의 독특한 유대관계가 어려울 때 발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몽준 이사장은 지난달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10월 5일 기준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420만2266주(25.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가 사장이 그간 그룹 선박 사업을 도맡아왔기 때문에 새출발을 맞이하는 현대중공업의 향후 사업적 부분에 적임자로 인사가 진행된 것"이라며 "(정 이사장의 축구 관련 인사 중용에 대해서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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