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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의 논픽션] 식품 이물질 논란, '아니면 말고' 식은 곤란하다
입력: 2018.11.07 06:00 / 수정: 2018.11.07 06:00

이물질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식품업계가 일부 블랙컨슈머의 아니면 말고 식 문제 제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자사 스테디셀러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 공장 전경. /더팩트DB
이물질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식품업계가 일부 '블랙컨슈머'의 '아니면 말고' 식 문제 제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자사 스테디셀러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 공장 전경. /더팩트DB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 글, 소비자 권리로 착각하면 안 돼"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제품 생산공정상 나올 수 없는 이물질이 나왔다고 맘 카페에 글부터 올리고 막무가내로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물질 논란을 겪은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변(辯)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식품 이물질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식품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 안 된 이물질 관련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인 요즘에는 제조공정상 이물이 나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일부 소비자가 주장하는 이물질은 제조공정보다는 유통 및 보관, 소비자 환경 등 과정에서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혼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제조, 유통 및 보관, 소비자 환경 중 정확하게 어느 단계에서 이물이 혼입되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가 이물질 증거물을 온전하게 보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과 사진만 올리고 사라지거나 언론에 기사화된 이후 스스로 글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업체들은 이물질 혼입 신고를 받거나 인터넷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증거물을 수거해 조사에 착수한다. 자사 제조공정에서 나온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의 일부다.

A업체 관계자는 "이물이 나왔다는 글과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이물질 증거물을 받아서 검사해야하는데 소비자들이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아 끝내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미궁에 빠질 때가 많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온라인에 글이 올라가는 것 자체만으로 회사 이미지 타격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선량한 소비자를 진상 고객을 뜻하는 '블랙컨슈머'로 몰고 간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남양유업은 이물질 분유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남양유업 제공
남양유업은 이물질 분유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남양유업 제공

최근 남양유업은 자사 분유 스테디셀러인 '임페리얼 XO'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일부 맘 카페 의혹 제기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남양유업이 외부 공인기관 검사와 해당 이물질에 대한 DNA 검사 의뢰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논란은 일단락 됐다.

남양유업 측은 전(全) 공정 자동화 생산, 의약품 제조설비 수준의 관리를 하고 있어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은 절대 불가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민감한 이슈인 이물질 논란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업계에서 남양유업이 이례적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이유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는 이 같은 강력 대응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비치면 불매운동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B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식약처에 이물질을 신고하면 공인기관이 검사하게 되는데 결론은 모두 제조상 혼입불가능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이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SNS·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결국 기업만 손해"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6년 전체 신고 건수(5332건)의 약 10%인 473건에 불과했다.

여기서 이물 분실·훼손·영업소 폐쇄·자진 취하 등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수를 제외하면 3672건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의 보관‧취급‧조리과정 또는 유통 중 진열‧보관‧보존과정에서 이물이 혼입된 경우(제조단계 미혼입으로 확정된 경우)는 1028건이었다. 제조과정상 이물질 혼입 건수보다 소비자 보관이나 유통 과정에서 혼입된 건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물질을 주장하는 모든 소비자가 '블랙컨슈머'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와 그를 통한 개선은 바람직한 소비자의 역할이다. 다만 '아니면 말고' 식의 문제 제기를 소비자 권리로 착각하며, 근거 없는 루머와 의혹을 양산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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