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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윤석금 웅진 회장, 코웨이 인수 '승자의 저주' 재현될까
입력: 2018.10.30 05:03 / 수정: 2018.10.30 10:31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재인수를 전격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 재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29일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금 웅진 회장. /장병문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재인수를 전격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 재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29일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금 웅진 회장. /장병문 기자

윤석금 회장, 인수 자금 절반 금융권 차입 의존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재인수 자금의 절반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것과 관련해 과거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한 사업 확대로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승자의 저주는 기업이 과도한 비용을 치르고 높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했다가 차입금 상환 부담 등으로 부실 위험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는 1989년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생활가전기업이다. IMF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직접 경영한 일화로 유명하다. 윤 회장은 국내 최초로 렌털(대여)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한 '렌털 시초'로 정수기 신화를 쓰며 코웨이를 업계 1위이자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일궈냈다.

그러나 윤석금 회장이 화학, 건설 부문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경영 실책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진 웅진은 결국 2012년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2007년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어 인수한 극동건설이 독이 됐다. 법정관리 이듬해인 2013년엔 그룹의 자금줄이었던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 원에 매각하게 됐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코웨이 재인수 관련해 또다시 승자의 저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웅진그룹의 인수 실탄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시장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29일 웅진그룹은 웅진-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MBK파트너스와 코웨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웅진-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주식 1635만8712주(22.17%)를 1조6849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이다. 인수 예정일은 내년 3월 15일이다.

웅진그룹이 이번 인수 자금의 절반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데다 국내 렌털 시장이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웅진이 렌털사업으로 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웅진그룹 본사. /더팩트DB
웅진그룹이 이번 인수 자금의 절반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데다 국내 렌털 시장이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웅진이 렌털사업으로 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웅진그룹 본사. /더팩트DB

웅진은 총 1조6849억 원에 달하는 인수금액 중 9000억 원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돈을 대고 나머지 8000억 원은 사들인 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 등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웅진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각각 4000억 원, 5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합의해 4000억 원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웅진씽크빅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2000억 원, 타 금융기관을 통해 2000억 원을 확보해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 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실질적으로 웅진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전체 인수금액의 11.9%에 불과한 2000억 원이다. 나머지 인수 자금의 절반은 금융권 차입으로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므로 과도한 차입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웅진이 확보한 코웨이 지분이 약 22%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인 상황이 아닌 점도 부담이다. 웅진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내년께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 중장기적으로 지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안지용 기획조정실장은 "현재 확보한 코웨이 지분 22%는 경영권을 방어하기엔 적은 수준이어서 향후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추가 지분매입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며 "코웨이가 현재처럼 연간 7~8%씩 성장해준다면 인수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렌털시장은 LG전자·SK매직 등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전보다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웅진이 코웨이 재인수를 통해 단기간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에 대한 주식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웅진이 5년 7개월 만에 코웨이를 재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코웨이 주가는 전일 대비 24.91% 급락한 6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까지 6조 원을 넘던 코웨이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한편 2013년 지분 매입으로 코웨이 최대주주였던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이번 매각으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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