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주주총회를 열고 독자적으로 연구개발 법인 분할을 결의했다. /인천=뉴시스 |
비토권 행사 권한 여부 두고 법적 판단 필요할 듯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한국GM이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법인 분할 방안 결의를 단행했다.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참여 자체가 불발돼 비토권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향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한국GM은 본사 측 단독 의결로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GM 측은 비공개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을 담당할 신규법인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 20일 한국GM은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글로벌 제품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할 신설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본사 차원에서 연구 개발 분야만 따로 떼어내 한국GM을 차세대 차량 개발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법인 분리 계획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법인을 분리한다는 것 자체보다는 해당 안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제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국GM은 분할계획안을 공개하면서도 실행에 필요한 회계나 법률적 내용만을 제시해 산은에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산은이 지난 5월 지원하기로 한 8100억 원에 대해서도 법인 분할 이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모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사전 논의 없이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었지만 불발에 그쳤다. 한국GM이 비공개로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총에 참석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산은 측은 "주주총회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개최되지 않았다"며 "산업은행이 주주권 행사를 위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한국GM이 주총 참석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비토권이란 특정 회의 등에서 의결된 내용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산은, 한국GM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합의하면서 산은의 비토권을 허용했다.
산업은행은 당초 한국GM의 법인분할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방침이었지만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더팩트 DB |
산은이 가진 비토권은 17가지 특별 결의 사항에 대한 것이다.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세부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서는 주주 85%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17%의 지분을 가진 산은에 사실상 결정권을 준 셈이다.
산은은 법인 분리 안건이 17가지 특별 결의사항 중 하나라고 보고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주주총회에 참석해 비토권을 행사해 법인 분리를 막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법인 분할 문제가 당시 합의에 포함된 특별 결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산은은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한국GM의 주주총회에 대해서도 인천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 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며 한국GM의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법적 분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인 분리와 관련해 지원한 8100억 원에 대한 활용 방안 등을 상세하게 듣고 싶었지만 이런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은 상황"이라며 "독자적으로 경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한 것이나 비토권 행사 범위에 대해서 법률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이 분리돼도 산업은행의 지분을 통한 지배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분할 전 법인에 대해 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분리가 되더라도 지배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atonce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