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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고객들이 머그 컵 싫어해요" 카페 안 1회용 컵 사용 '여전'
입력: 2018.10.17 05:00 / 수정: 2018.10.17 05:00

정부의 매장 안 1회용 컵 사용 규제가 시작된 지 두 달 여가 지났다.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시내 일대 커피 전문점에서는 여전히 1회용 플라스틱 컵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예은 기자
정부의 매장 안 1회용 컵 사용 규제가 시작된 지 두 달 여가 지났다.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시내 일대 커피 전문점에서는 여전히 1회용 플라스틱 컵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예은 기자

1회용 컵 규제 두 달, 현장 가보니 안내 문구 '무색'

[더팩트ㅣ강남·송파·종로=지예은 기자] "매장 안 일반 컵(머그 컵·유리 컵)으로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꺼려 하는 고객들이 많아요. 짜증 내는 분들도 계시고 테이크아웃하겠다고 말하고 매장에 앉아 있는 고객들도 많아 난처할 따름입니다." (대형 커피 전문점 관계자)

지난 8월 정부의 커피 전문점 등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달여 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취재진은 여전히 곳곳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은 매장 내 쓰레기 처리함에 수북이 쌓여있던 1회용 컵들을 누가 볼세라 재빨리 치우고 있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1조와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에서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연면적 33㎡(약 10평) 이상 매장 내에서 고객이 음료를 마실 경우 1회용 컵을 제공할 수 없고, 무조건 머그컵 등 다회용 컵이나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또 매장 밖으로 나가는 고객에게만 1회용 컵 사용이 가능하며 이를 어길 경우 업주에게는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14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시내 한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주요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엔젤리너스·커피빈·파스쿠찌 등을 돌아봤다. 매장에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러 나온 직장인들과 40~70대 기성세대 고객들로 시끌벅적했다.

먼저 방문한 서울 시내 스타벅스 매장들은 1회용 컵 규제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었다. 이어 인근 엔젤리너스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매장에 들어서기 앞서 취재진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테라스에 앉아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너 그룹 무리들이었다. 이들 앞에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이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진지한 일상 이야기가 오고 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플라스틱 컵에 들어있는 커피를 마셨다.

매장 내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20여 명의 고객들이 주문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 중 머그 컵을 이용 중인 고객은 2명에 불과했다. 음료 주문 매대를 비롯해 내부 곳곳에는 '환경 보호에 동참해 주세요'라며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를 언급하며 빨대 사용을 억제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1회용 플라스틱 컵은 물론 빨대도 적극 사용하고 있었다.

14일 오후 취재진이 돌아본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들 대다수가 1회용 컵과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다회용 컵을 사용 중인 고객은 2명에 불과했다. /지예은 기자
14일 오후 취재진이 돌아본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들 대다수가 1회용 컵과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다회용 컵을 사용 중인 고객은 2명에 불과했다. /지예은 기자

해당 매장 직원에게 1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에 대해 묻자 그는 피로를 호소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한동안 고객들에게 주문한 음료를 머그 컵에 담아 제공했었다. 하지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하소연했다. 이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불만들을 듣자니 너무 짜증 나고 골치 아파서 1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카페에 방문한 한 고객은 "1회용 컵 규제에 대해서 알고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1시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 밥 먹고 음료 한 잔을 다 비우기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사무실에 복귀할 때쯤에 테이크아웃 잔에 남은 음료를 담아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주문할 때부터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커피빈과 파스쿠찌 매장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두 군데 모두 테라스에 있는 고객들부터 1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약 10~15명의 고객들이 여유를 즐기며 주문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역시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존재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고객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커피빈 한 직원은 "머그 컵에 음료를 드린다고 했더니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이야기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머그 컵에 드리는 게 맞지만,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이나 늦은 오후 시간 때에는 설거지하고 주문받고 하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이어 한 고객은 "어떤 카페는 1회용 컵 사용이 절대 안 된다며 머그 컵이나 유리 컵에 주는데 왠지 음료 량이 줄어드는 느낌이고 청결 면에서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이곳은 1회용 컵에 주니까 좋아서 자주 애용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파스쿠찌 매장의 직원은 "1회용 컵 규제가 환경보호를 위해서 좋은 취지인 것은 알고 있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고객들이 머그 컵이나 유리 컵을 깨는 일도 종종 있고 심지어 매장 컵이 분실되는 일도 있어 난감할 따름이다"며 "플라스틱 컵이 고객도 그렇고 일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도 편해서 겸사겸사 사용 중이다"고 고백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카페 전문점에는 모두 매장 내 1회용 컵 제공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매장은 대부분이었다. /지예은 기자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카페 전문점에는 모두 '매장 내 1회용 컵 제공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매장은 대부분이었다. /지예은 기자

1회용 컵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대형 커피 전문점만의 문제인 걸까. 실망한 취재진은 보다 작은 커피 전문점인 에슬로우 매장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3명의 고객이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보다 못한 취재진도 직접 음료를 주문해 보기로 했다. 내부에는 역시나 '1회용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안내 말이 벽에 붙어 있었다.

해당 문구를 확인한 후 매장에 머물 것을 예고한 취재진은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2분쯤 지난 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기대와는 달리 커피는 플라스틱 컵에 담겨있었고 빨대도 꽂혀 있었다. 이에 취재진은 해당 직원에게 "왜 유리 컵이 아닌 1회용 컵에 담아줬나"고 묻자 "따로 (유리 컵) 요청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어리둥절해 있을 찰나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빈 플라스틱 컵을 들고 처리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저 주세요"라며 컵을 받아 들고 음료 제조대 근처에 숨어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후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고객 두 명이 등장했다.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주문한 이들은 플라스틱 컵 하나를 추가로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추가 플라스틱 컵은 제공이 안 된다"며 강하게 말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매장 본사 측의 의견도 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취재진은 15일 파스쿠찌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긴 침묵만 이어졌다. 에슬로우는 취재진임을 밝히자 "괜찮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 밖에 다른 커피 전문점들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커피빈 관계자는 "주문을 받을 때 고객들에게 다회용 컵을 권유할 것을 매장 내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하고 매장에 머무르는 고객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일이 직원들이 감시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다회용 컵 사용을) 최대한 권유해 드리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엔젤리너스 관계자는 "다회용 컵 사용시 400원을 할인 적용해주고 있고 일부 고객들은 이를 따르고 있다"면서 "가맹점에 1회용 컵 사용 제지에 대한 지침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매장 내 고객이 따르고 있는지와 함께 (다회용 컵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규제 단속 강화 이전에도 재활용 촉진법을 통해 커피 전문점과 등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을 1994년부터 법적으로 금지해 왔다. 하지만 감시의 눈이 허술한 탓에 1회용 컵 사용량은 매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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