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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롯데케미칼, 25년간 돌본 오너 부재로 해외사업 표류
입력: 2018.10.03 06:00 / 수정: 2018.10.03 06: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롯데케미칼, 신동빈 회장 5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 '촉각'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올해 상반기 화학업계 1위로 올라서며 순항 중인 롯데케미칼이 암초를 만났다. 그룹 오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더욱 키울 해외사업에서 최종 결재권자가 없어 롯데케미칼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케미칼, 신동빈 회장과 '25년 인연' 이어가

신동빈 회장과 롯데케미칼은 인연이 깊다. 신 회장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25년 째 롯데케미칼 등기이사에 올라있다. 신 회장이 첫 경영수업을 받은 곳이 롯데케미칼 전신 호남석유화학이었다. 1년 뒤 비상장회사였던 회사를 상장시킨 주인공도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주요 경영사항을 직접 결정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케미칼이 2003년 현대석유화학, 2004년 KP케미칼,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M&A(기업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울 때에도 모두 신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4년에는 신 회장이 삼성 계열 화학사를 인수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 '빅딜'을 성사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그룹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2조9285억 원을 기록해 '맞수' LG화학을 9억 원 차이로 밀어내며 업계 1위에 올랐다. 섬유나 합성수지 원재료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 부문에서 롯데케미칼이 두각을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화학업체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연간 928만 톤이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국내외를 포함해 332만 톤을 생산하며 국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량 2위 LG화학(220만 톤)보다 100만 톤 가량 더 많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에는 강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여수 NCC공장에 2530억 원을 투입해 에틸렌 생산량을 올해에만 20만 톤 늘릴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ECC(에탄분해시설) 및 에틸렌글리콜(MEG) 설비를 건설하는데 3조 원을 투자해 에틸렌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국내외 생산능력은 450만 톤까지 늘어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해외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도네시아에 4조 원 규모를 투자해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해외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도네시아에 4조 원 규모를 투자해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신동빈 회장 부재로 4조 원대 印尼 사업 '빨간 불'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2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인 화학산업은 해외사업 투자 규모가 조 단위를 넘을 뿐만 아니라 외국 인력과 인프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영자 위상이 중요하다. 특히 외국과 해외 현지 업체는 경영자 위상이 없거나 떨어지면 사업 리스크를 느껴 추진 중인 사업에서 한 발을 빼는 성향이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해외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도네시아에 4조 원 규모를 투자해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약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한 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 왔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현재 1155만 톤에서 2024년 167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타이탄 공장 인근 부지를 사들여 화학제품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기초 설계와 세부 투자 계획도 세웠다.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프로젝트 사업 계획에 따르면 매입한 부지 위에 새로 지을 공장에서 오는 2023년까지 약 4조 원을 투자해 섬유나 합성수지, 합성고무, 자동차 부동액, 가전제품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올레핀 계열인 에틸렌(100만 톤)을 비롯해 에틸렌글리톤 (70만 톤), 부타디엔 (14만 톤), 폴리에틸렌 (65만 톤), 플로프로필렌 (60만 톤)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이 소유한 타이탄 공장 인근 부지 50만㎡(약 15만1250평)를 매입하고 이 부지에 올레핀 계열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으려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화학 단지를 조성하고 인도네시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 부재 이후 이 사업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5일 신 회장 항소심 선고 결과가 해외시장 공략에 직접적 영향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협력 포럼'에서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은 신동빈 회장이 석방된 후 재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과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인 이달 5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이 항소심을 통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 중단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국정농단 1심과 경영비리 1심을 합해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 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사업은 오너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국내 설비 증설과 미국 ECC 합작사업 등 기존에 추진하려고 했던 사업들은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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