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등 4대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방북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더팩트 DB,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경협, UN 제재부터 넘어야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길을 특별 수행할 재계 인사들이 발표됐다.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삼성과 SK, LG 등은 총수들이 직접 방북할 예정이다.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실질 투자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됨으로써 남북경협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 바빠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16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특별수행원으로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김용환 부회장 등 주요그룹 대표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처음으로 총수가 방북길에 오른다. 2000년과 2007년 열린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건강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방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자사업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 협력과 투자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9년부터 평양에서 TV와 유선전화기, 라디오 카세트 등 가전제품을 위탁 가공으로 생산했지만 2010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철수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평양을 방문하게 됐다.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SK가 북한의 통신 사업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은 에너지와 건설, 반도체 등 남북 경협에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 LG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첫 공식 일정으로 방북사절단을 택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한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해 왔다.

SK와 함께 통신사업을 벌이고 있는 LG도 북한에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구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LG상사 등을 중심으로 북한 광물 등 자원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LG전자 역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TV 부품을 북한에 제공하고 조립을 맡기는 임가공 협력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 전자사업 재추진도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에서는 김용환 부회장이 참여한다. 현대차그룹에서는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소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고 2007년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북한을 다녀왔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방북이 예상됐지만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접견 일정이 잡혀있어 불가피하게 방북길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전경. /더팩트 DB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건설이 대북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또 전동차·고속전철 등 다양한 철도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로템도 남북 경협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4대그룹 외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 남북 경협 관련 기업 대표도 북한을 방문한다.

현대는 올해 5월 그룹 내에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도 남북 경협 TF팀을 구성하고 전사적인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남북 경협 TF 구성은 최정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 경협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남북 합의로만 경제 협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엔 제재를 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눈치까지 봐야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18일~20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과 대표단은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한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