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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0년 무노조' 삼성·포스코 '노풍' 에 과연 변할까
입력: 2018.09.13 06:00 / 수정: 2018.09.14 11:53

각각 80년, 50년 동안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벌였던 삼성과 포스코가 최근 직원들의 노조 활동이 감지되고 있어 재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DB
각각 80년, 50년 동안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벌였던 삼성과 포스코가 최근 직원들의 노조 활동이 감지되고 있어 재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 에스원·포스코 노조 보폭 넓혀...참여율·관심도 크지 않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80년·50년'

삼성과 포스코 두 대기업에서 그동안 이어왔던 '무노조 경영(노동조합이 없는 경영)'이 탈바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 계열사인 보안업체 에스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올해부터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교섭과 파업 집회 등 노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포스코는 이달 15일 정규직 본 노조 설립 집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 참여율과 움직임이 기대만큼 크지 않아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노조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삼성은 계열사 삼성물산 CS모터스,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등이 노조를 보유하고 있으나 활동 미비로 유명무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휴면노조(활동이 없는 노조)'에 가깝다. 지난 1990년 약 2만 명 규모의 대형 노조가 설립됐으나 노조 간부의 강제전보, 병역특례, 금품수수 사건 등으로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후 노조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는 삼성과 포스코에서 비롯한 무노조 풍속도가 바뀔 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 사 계열사 및 본사 노조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거나 출범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은 이달 10일 삼성물산 CS모터스 ,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등 3개사 노조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고 삼성 무노조 경영 폐기를 촉구한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한 삼성 에스원 노조는 삼성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이달 6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며 오전과 오후 1회씩 하루 2회 집회를 열고 있다. '무임금 무노동'의 전면 파업 수준은 아니지만 노조원들이 연차를 사용하며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외치고 있다.

포스코 노조도 30여 년만에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15일 열리는 노조 설립 집회에 포스코 직원 수 백명이 참여하면 노조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 노조는 포스코 직장문화 전반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직원 단톡방 등을 통해 조합원 가입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단톡방 참여 인원은 1700여 명이 넘었으며 30대 노동자 위주로 가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준비위는 첫날 설립 집회에는 총 350명 규모가 참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지난 50년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은 제철보국 이념 아래 노동3권을 누리지 못했다"며 "노사 공동이익에 기반을 두고 포스코의 5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노조를 설립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대회를 벌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현대·기아차 노조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대회를 벌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삼성·포스코의 노풍(勞風), 재계 문화 바뀌나

헌법 제 33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모든 기업은 노조할 권리가 있다. 단 노조를 만들고 활동을 하는 행위의 정도는 조합원 규모와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노조 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해마다 사측과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그룹 본사 정문 앞에서 빨간 머리띠를 두른 노조원들이 시위하는 모습은 이미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반대로 삼성과 포스코는 이러한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무노조 풍속도가 기업 문화로 팽배하게 자리잡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과 포스코의 향후 노조 활동이 노조가 계획한대로 국내 기업들의 평균 노조 가입율(10.2%)을 이끌어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면 두 기업 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의 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포스코는 직원 수가 1만7000여 명에 달해 이들이 모두 노조에 가입하면 현대자동차 노조, 기아자동차 노조에 이어 세 번째로 조합원 수가 많은 정규직 노조가 된다.

삼성전자도 주목해 볼만 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 다만 삼성전자는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회사를 이끌며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무노조 경영의 기업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 또 법원은 12일 삼성전자 노조 설립을 와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구속영장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삼성전자가 노조 설립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각각 올해 3월과 8월 경기 안양과 경북 구미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자체 노조가 설립되며 80년 문화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노조가 설립된다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직장인 인식이 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기업 문화 변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은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며 노동 시간과 임금 협상 등을 주도하고 있다. 사측 입장에서도 과거에는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면 초기에 인사조치를 취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노조 설립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인원 상당수가 노조 설립을 감시하는 일을 했던 인사팀 출신"이라며 "다만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노조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이 어렵게 된 점도 이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는 직원 수만 1만7000여 명이다. 모든 직원 수가 가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만약 수천여 명이 노조에 가입하면 사측 입장에서도 이전과 같이 노조 설립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과 포스코의 일부 직원들이 권리와 불만을 동시에 외치며 노조 활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무노동급 임단협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에스원 본사 명패 앞 구조물에 뿌려진 민주노총이 발행한 2018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 /이한림 기자
삼성과 포스코의 일부 직원들이 권리와 불만을 동시에 외치며 노조 활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무노동급' 임단협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에스원 본사 명패 앞 구조물에 뿌려진 민주노총이 발행한 '2018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 /이한림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두 대기업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오랜 기간 이어져온 풍속도로 무임금, 무노동 수준의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삼성에스원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집회를 실시하고 있으나 집회 일주일 째 집회 장소에는 2~3명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직원 참여율이 저조해 임단협 교섭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다. 포스코도 이달 15일 노조 설립을 위한 집회가 시행되지만 조합원이 몇 명 참여할 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에스원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200여 명정도 있으나 대부분이 업무량이 많고 바빠서 참여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집회 첫날에는 1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재계 노사팀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돼 목소리를 내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되고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노조에서 집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일지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다만 50년, 80년 넘게 무노조로 자리잡은 기업 문화에 따라 대다수의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모습은 시기상조다. 직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삼성과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은 '무노조 신화'로 불릴만큼 추대받을 일이 아니다"며 "오랫동안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게 한 분위기를 조성해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두 회사에서 노조가 설립되고 집회를 벌이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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