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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메르스 대처, '오버킬'이 더 낫다
입력: 2018.09.13 05:00 / 수정: 2018.09.13 14:36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격리중인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문병희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격리중인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문병희 기자

3년만에 돌아온 메르스...확산 방지에 총력 기울여야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3년 전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뇌리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을 엄습했다.

61세 남성이 서울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쿠웨이트로 출장을 떠났다가 이달 7일 귀국한 그는 발열, 가래, 폐렴 증상을 보인 후 결국 8일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추가 감염자가 아직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같은 항공기를 탔던 외국인 115명 가운데 30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능동형 감시 대상자'로 보건 당국에서 매일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행방이 묘연하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다. 특히 메르스는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이에 따른 국민적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5년 전 개봉한 국산 영화 '감기'가 떠오른다. 감기는 밀입국 노동자로부터 시작한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져 발생한 국가위기를 다뤘다. 영화에서는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3년 전 발생한 메르스와 영화 감기의 공통점으로 정부의 늑장대응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2015년 5월 당시 처음 확진을 받은 환자가 병원 3곳을 돌면서 진료를 받았지만 열흘이 지나서야 최종 확진을 받는 등 늑장 대응이 문제였다.

메르스에 대한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 환자 수는 10일 만에 13명으로 늘어났으며 결국 감염자수가 186명에 38명이 사망하는 국가적 재앙이 됐다.

당시 메르스 사태는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자초한 정부의 정책실패(Policy failure)가 빚은 패착이었다. 미국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가 처음 언급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정부와 기업, 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가 서로 차이가 나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그릇된 판단을 이끄는 역선택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3년 전 보건당국은 메르스 피해자가 급증하는데 발병 병원 이름과 지역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정보독점'을 했다. 관련 정보를 당국만 공유하다 보니 정작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발병 지역 주민들은 감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런 허술한 방역체계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컸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무사안일'과 '철밥통', '복지부동'으로 묘사되는 공무원 사회는 그들만의 갈라파고스에 매몰돼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블랙스완(Black swan:잘 일어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막대한 피해를 주는 현상)'에 주도면밀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관련 당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이미 목도하지 않았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3년 전 메르스 파문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우리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당시 정치권은 국민의 안위는 뒤로한 채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몇날 며칠 충돌하는 모습만 연출했다. 섬겨야 할 국민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는 국가권력이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꼽았다.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도 "국민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대 임무"라고 역설했지만 메르스를 둘러싼 당시 보건당국과 정치권 행보에는 이러한 숭고한 철학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나마 현 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오버킬(Overkill:과잉대응)로 맞서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환영할 만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며칠 전 "2015년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한 것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이 또다시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3년 전 비극을 교훈삼아 메르스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바늘구멍 같은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자세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민족이 대이동하는 추석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메르스가 2차 확산이 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또다시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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