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11일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의 국내 출시를 발표했다. 탁상 위에 놓인 '구글 홈 미니'가 침실 조명을 제어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구글, AI 스피커 '구글 홈' 국내 출시…삼성전자도 하반기 출시 예정
[더팩트ㅣ이성락 기자·김서원 인턴기자]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이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새로운 AI 스피커를 출시하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내외 굴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제품 출시가 늘어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AI 스피커 시장의 활성화'다.
구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스피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구글은 사물인터넷(IoT) 연동과 다중 언어·화자 인식 기능 등을 '구글 홈'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는 "'구글 홈'은 전 세계 225개 협력사 제품 5000여 개를 제어할 수 있다"며 "사용자의 언어를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하는 '다중 언어'와 최대 6명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보이스 매치' 기능 등은 '구글 홈'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홈'은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제품이다. 휴대성이 좋은 '구글 미니 홈'의 경우 지난해 출시됐다. 국내 출시가 다소 늦어진 이유는 한국어 지원 작업 때문이다. '구글 홈'에 적용된 음성인식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은 지난해 9월 지원되기 시작했다. 구글은 1년 동안 기계학습과 빅데이터 등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구글 홈'과 '구글 미니 홈'의 국내 출시는 오는 18일이다. 현재는 사전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구글 홈' 국내 출시를 통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꿈꾸고 있다. 단순히 AI 스피커 기기 판매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콘텐츠·서비스 등이 구글의 AI 생태계 안에서 제공되길 원하는 것이다. 구글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더 많은 파트너와 손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글의 국내 진출로 인해 AI 스피커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팩트 DB |
'ICT 공룡'으로 불리는 구글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해 토종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토종 기업의 목표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다. 이들은 구글보다 먼저 AI 스피커를 내놓고 서비스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사용자 선택 폭을 넓히는 중이다. 현재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가장 먼저 AI 스피커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지난달 AI 플랫폼과 조명 기능을 결합한 AI 스피커 '누구 캔들'을 출시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실내등 시장에 주목해 AI 스피커와 조명을 결합하며 사용자 확대를 노린 전략이다. 회사는 올해 말 스피커 본연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제품도 추가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가지니'를 출시한 KT도 지난달 후속 모델인 '기가지니 버디'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기가지니'와 달리 휴대성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네이버와 협업해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를 지원하는 신규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 미니' 3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프렌즈 플러스'의 모든 기능을 동일하게 제공하면서 크기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적용했다.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카카오 역시 10일 새로운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C'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카카오 미니'의 후속 모델인 '카카오 미니C'는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택시 호출, 음악 듣기·추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AI 스피커 '갤럭시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언팩 영상 캡처 |
네이버는 지난달 자사 AI 스피커 '프렌즈 미니'에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캐릭터를 접목한 '도라에몽 에디션'을 출시했다. 음악 재생·음성 쇼핑·외국어 번역 등 기존 스피커와 동일한 기능에다 귀여운 도라에몽 외형과 목소리를 더해 판매량 확대를 노린 것이다. 네이버는 '프렌즈' 외에도 '웨이브'라는 AI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는 거실용, '프렌즈'는 휴대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등 대형 전자 기기 제조사가 AI 스피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을 공개하는 행사에서 AI 스피커 '갤럭시홈'을 깜짝 공개했다. '갤럭시홈'은 삼성전자 AI 플랫폼 '빅스비'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모바일·가전 제품 등에 적용된 '빅스비'는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갤럭시홈'은 오는 11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외 ICT 기업들이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시장 활성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성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국내 고객의 AI 스피커 사용 범위 역시 음악 감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디지털 전문 광고 회사 나스미디어의 '2018 상반기 미디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올해 약 300만대 규모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특히 기술력을 갖춘 대형 플레이어가 시장이 진입하면 시장은 좀 더 활성화되기 마련"이라며 "AI 스피커를 구매하는 고객이 더욱 늘어난다면 음악 감상뿐만 활용 영역이 확대될 수도 있다. 나아가 AI 스피커가 IoT 생태계와 연결되는 도구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