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과 농협은행의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재계약 협상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더팩트 DB |
빗썸, 서비스 중단 '위기'까지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NH농협은행과 빗썸의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재계약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비슷한 시기에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과의 재계약은 순탄하게 진행했지만 빗썸과는 조율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빗썸이 이달 내에 재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서비스 중단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이달 초부터 농협은행은 빗썸의 신규 가상화폐 거래계좌 발급을 중단했다. 지난달 31일까지였던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농협은행은 이달까지 기존 실명확인계좌 이용은 가능하도록 계약종료를 유예하고 빗썸과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는 가상화폐 거래시 본인인증이 완료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화폐거래소의 동일 은행계좌 사이에서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서비스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말 도입됐으며 자금세탁방지 노력을 위해 6개월마다 재계약하기로 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과 지난 7일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 1월 30일부터 농협은행에서 실명확인 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코인원은 빗썸과 달리 재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코인원으로 입금된 원화 자산은 모두 농협은행에 보관되며 양사는 원화 입출금 내역을 매주 확인한다.
코인원과 달리 빗썸이 재계약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가상화폐 투자금에 대한 해석이 농협은행과 달랐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고객 자금을 농협은행에 보관해두는 '에스크로(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었다. 가상화폐 거래를 코인원과 고객과의 '상품'거래로 보고 제3자인 농협은행이 금전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로 인식하고 계약을 맺은 것이다.
빗썸과 농협은행은 이용객의 가상화폐 투자금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투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 여부다. /더팩트 DB |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에스크로 형식의 계약이 유리하다. 특정 신탁금으로 계정을 분리해 보관하면 이자를 따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빗썸은 그동안 이용자 투자금을 법인계좌에 넣어두고 농협은행으로부터 큰 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티씨코리아닷컴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9918억 원이었고 이자 수익은 20억 원이 넘었다. 농협은행이 이 이자를 모두 지급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 투자금이 농협은행에 몰린 만큼 지급해야할 이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계정 서비스 계약은 기본적으로 제 3자로서 고객의 원금을 맡고 중개를 해주는 형태"라며 "보관료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금 중개를 해주는 형태기 때문에 에스크로방식으로 신탁을 받는 것이 맞다고 보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빗썸은 가상화폐 거래에 나선 이용자의 투자금을 '교환 유보금' 형태로 인식해왔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 예탁금 형식으로 금전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객이 가상화폐를 돈으로 교환해달라고 요청할 때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교환 유보금'은 빗썸이 '소유한' 금액이므로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는게 맞다는 주장이다.
투자금에 대한 이견에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빗썸은 서비스 중단 위기에 몰렸다. 당장 신규 계좌 발급이 불가능한 것은 둘째치고, 빗썸 고객들이 기존에 보유했던 농협은행 실명확인 계좌마저 쓸 수 없게 되면 더이상 가상화폐 거래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빗썸 측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현재 농협은행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은행에 최대한 협조하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계좌 개설은 거래소 사활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최대한 은행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말로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그 안에 재계약을 성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