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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잊을 만하면 또'…'수입차 저주' 빠진 코오롱
입력: 2018.08.24 05:03 / 수정: 2018.08.24 08:23

지난 1988년 국내에 BMW를 처음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국내 수입차 업계를 이끌어온 코오롱이 BMW 리콜 사태로  하반기 수입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이달 16일 서울 마포구 코오롱모터스 BMW서비스센터에 BMW 차량이 입고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지난 1988년 국내에 BMW를 처음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국내 수입차 업계를 이끌어온 코오롱이 BMW 리콜 사태로 하반기 수입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이달 16일 서울 마포구 코오롱모터스 BMW서비스센터에 BMW 차량이 입고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아우디 '디젤 게이트' 이어 3년 만에 BMW '대규모 리콜'...'밥줄'에서 '악연'으로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수입차 저주'에 빠졌나. 코오롱 그룹이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수입차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5년 아우디 차량의 '디젤 게이트'에 이어 3년 만에 또 다시 'BMW 암초'를 만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룹 내 수익성에 '밥줄' 구실을 해온 BMW의 차량 화재에 따른 대규모 리콜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주력인 수입차 사업도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일 "코오롱에 BMW 의미는 남다르다. 코오롱모터스를 통해 국내 8개 BMW 딜러사 중 가장 많은 BMW 물량을 보유·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사업의 주력이다. 이번 리콜사태를 얼마나 슬기롭게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그룹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너무 커 위기는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실제로 BMW 차량 화재에 따른 하반기 판매 감소가 경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 그룹의 하반기 수입차 영업 전망에 대해 "하반기에는 BMW 화재 사태 등으로 신차 판매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통 부문 실적을 이끄는 정비사업은 안전진단이나 리콜 등으로 매출이 늘 수 있지만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들은 영업력이나 수용력이 크게 줄어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오롱 그룹의 수입차 사업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오롱은 1988년 코오롱글로벌(당시 코오롱상사)를 통해 BMW를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8월 독일 자동차 아우디 판매권을 독일 본사로부터 가져온 지 한 달 만에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는 지난 1988년부터 30년간 견조한 수익성을 냈던 '효자 품목' BMW가 올해에만 40건이 넘는 화재로 구설수에 올랐다. BMW 차량 화재사고는 과거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 브랜드 신뢰도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소송 법률대리인을 맡은 하종선 변호사(왼쪽)가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에서 열린 BMW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에서  BMW 차량 시험을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BMW 차주들의 집단 소송에는 코오롱모터스도 다른 딜러사와 함께 피고로 명시돼 있다. /이동률 기자
소비자 소송 법률대리인을 맡은 하종선 변호사(왼쪽)가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에서 열린 'BMW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에서 BMW 차량 시험을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BMW 차주들의 집단 소송에는 코오롱모터스도 다른 딜러사와 함께 피고로 명시돼 있다. /이동률 기자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코오롱글로벌 내 자회사로 코오롱오토플랫폼을 두고 있다. 코오롱오토플랫폼은 코오롱모터스, 코오롱아우토, 코오롱오토모티브를 통해 수입차 판매업을 하고 있다. 코오롱모터스, 코오롱아우토, 코오롱오토모티브는 각각 BMW와 아우디, 볼보를 판매중이다.

이 가운데 코오롱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1조1916억 원, 영업이익 260억 원을 거뒀다. 같은 사업을 하는 코오롱아우토가 같은 기간 매출 545억 원, 영업손실 10억 원, 코오롱오토모티브가 매출 138억 원, 영업손실 110억 원을 낸 것을 감안하면 코오롱모터스가 그룹 내 수입차 판매업에서 수익을 내는 유일한 곳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따라 BMW 리콜로 코오롱모터스가 겪고 있는 악재는 코오롱오토플랫폼과 코오롱글로벌 수익성까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오롱모터스가 BMW 리콜 등 악재로 하반기 판매량이 감소하면 모기업인 코오롱오토플랫폼과 코오롱글로벌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오롱모터스는 코오롱오토플랫폼 모기업 코오롱글로벌 내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자회사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사업부, 무역부, 자동차판매부, 휴게시설운영사업부 등을 운영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건설사업부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을 낸 곳은 자동차판매부가 유일하다. 코오롱오토플랫폼이 자동차판매부에 해당한다.

또한 코오롱이 취급하는 BMW와 아우디, 볼보 등이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BMW 취급하는 코오롱모터스는 국내 BMW 차량 10대 중 3대를 전국 14개 매장에서 팔고 있다. 아우디 취급하는 코오롱아우토는 서울 서초 전시장 등 전국에 5개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볼보를 취급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는 경기 김포와 울산 등에 매장을 차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BMW가 리콜 등 악재로 휘청거리면 하반기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모기업 코오롱오토플랫폼과 나아가 코오롱글로벌 수익에도 부정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차량 화재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BMW 판매 성적표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23일 자동차 통계 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 등록 대수 현황에서 BMW는 총 3만4679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2% 더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판매 1위 메르세데스-벤츠(4만1158대)를 바짝 뒤쫒는 성적표다.

아우디와 볼보도 각각 7위(5014대)와 10위(4190대)를 기록하며 '탑10'에 포함됐다. 수입차업계 판매 '탑10'이 올해 상반기에 판매한 총 12만339대 중 코오롱이 취급하는 BMW와 아우디, 볼보의 브랜드 점유율은 36.3%(4만3783대)에 달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상반기 수입차 판매 등록 대수 차종별 2위 BMW '520d'와 3위 BMW '3시리즈' 영향력이 컸다. 520d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만6339대를 판매했으며 3시리즈는 같은 기간 7020대를 팔았다. 이 기간 520d와 3시리즈의 합산 판매 대수는 상반기 차종별 판매 1위 벤츠 'E클래스'의 판매량(2만56대)보다 앞섰다.

그러나 BMW 화재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 판매량만 보면 다른 얘기다. 520d는 7월에 523대 판매하는 데 그쳐 올해 3월 판매량(1610대)에 비해 3분의 1 가량 급감했다. 또 520d는 BMW코리아가 20일부터 진행중인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 중 45%인 4만7591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520d의 7월 판매량이 저조한 게 끝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BMW코리아가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이 7월 30일인 것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 발표될 8월 수입차 판매량에서 520d를 포함한 BMW 전 차종 판매량은 지난달보다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 '뿔난' BMW 차주들, 코오롱모터스도 피고인으로 소송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코오롱모터스는 BMW 차주들의 집단소송에서 BMW코리아를 비롯한 다른 BMW 딜러사와 함께 피고인 신세가 됐다. 소비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대내외 피로감이 쌓인 BMW로서는 향후 사업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에 큰 차질을 빚게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BMW 차주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MW코리아와 국내 BMW딜러사를 상대로 총 24억2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법무법인 보인에서 맡았으며 원고인단 BMW 차주들은 302명으로 단일소송 중 역대 최다 인원을 갈아치웠다. 또 이달 16일에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BMW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을 열고 BMW코리아와 코오롱모터스를 포함한 BMW딜러사를 상대로 1인당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률대리인을 맡은 정근규 변호사(법무법인 보인)는 "BMW코리아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외에 다른 화재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BMW코리아와 관련 딜러사들이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향후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금액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오토플랫폼 관계자는 "화재나 리콜 대응은 BMW코리아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딜러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코오롱이)최근 수입중고차 매매 사업, 수입차 정비 사업 등에 진출하는 등 오랜 기간 BMW에 관련된 판매업을 해온 만큼 하반기에는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도 국내에서 BMW 차량을 판매하며 수익성을 냈던 코오롱모터스 등 BMW딜러사들이 이번 리콜 사태로 하반기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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