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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기아차 노조 '공감' 없는 파업도 '갑질'이다
입력: 2018.08.21 00:01 / 수정: 2018.08.21 00:01
기아자동차 노조가 오는 24일까지 하루에 4~6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더팩트 DB
기아자동차 노조가 오는 24일까지 하루에 4~6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 16.3% 감소, 경상이익 25.4% 감소, 당기순이익 33.9% 감소…' 올해 상반기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거둔 영업 성적표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더불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사실상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될까. '2.5%'다. 영업이익률은 말 그대로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이다. 기아차가 기록한 2.5%는 쉽게 말해 100만 원어치 물건을 팔아서 실제 회사가 거둔 이익이 2만5000원이라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이 3%에 못 미치는 기업을 흔히 '좀비 기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버거운 한계 기업)으로 평가한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아차는 좀비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아우디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 등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무던한 사람들도 웬만하면 브랜드명을 한 번 이상 들어봤을 법한 글로벌 자동차그룹 가운데 기아차보다 '밑지는 장사'를 하는 곳을 찾을 수 없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이 같은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는 데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기아차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기아차 노조는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하루에 4~6시간씩 파업을 하겠다는 얘기다.

노사가 임금협상을 벌이고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 생산적으로 대화하는 행위 자체에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회사 측에서 맹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해 노조가 방어적 수단으로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면 이를 바라보는 외부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이 기아차 노조가 부분 파업을 선택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이들 요구의 골자는 기본급 11만6276원(5.3%) 인상과 더불어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3%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회사 노조 주장이라고 하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면 기아차가 제시한 조건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었을까. 기아차가 제시한 협상 조건은 기본급 4만3000원 인상, 성과급 250% 및 일시격려금 270만 원(상품권 20만 원 포함)이다.

이는 앞서 무려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 협상을 타결한 현대차 노사의 최종 합의 내용(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250% 및 일시격려금 28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당시 현대차 노사는 협상 성사의 배경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노사 양측의 공감'을 꼽았다. 이는 곧 기아차 노조의 이번 부분파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를 압박해보겠다며 치르는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문득 생각난다. 예전 아프리카에서는 타조를 사냥할 때 '활'이나 '돌멩이' 하나 없이 오로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쫓아다니기만 했다고 한다.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그만큼 강하고 빠른 다리를 얻은 타조지만 '사냥꾼이 쫓아온다'는 긴장감이 수 시간째 지속하면 이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제자리에 선 채 머리를 땅속으로 처박는다고 한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소식은 더는 국민들에게 '놀라운 이슈'가 아니다. 이들 노조 앞에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것도 매년 버릇처럼,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파업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기업을 스스로 생(生)을 포기하는 타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감을 얻지 못한 파업은 노조의 권리행사가 아닌 '갑질'에 불과하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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