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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美-中 싸움에 '새우등' 안 되려면
입력: 2018.07.12 05:00 / 수정: 2018.07.12 05:00
미국이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도 맞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세계 1,2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대표적 무역항인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항구에서 화물트럭이 수출입용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미국이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도 맞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세계 1,2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대표적 무역항인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항구에서 화물트럭이 수출입용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되살아난 '투키디데스'의 망령...한국, 수출 다변화전략 서둘러야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설마 했는데 양측이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관객은 숨죽인 채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미(美)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나 스크린 밖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 정부는 10일(현지시간) 대중(對中)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 6일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긴 지 불과 4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 정도면 관세 폭탄이 따로 없다.

그냥 앉아 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추가 관세 부과에 '보복할 수 밖에 없다'며 맞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6일 340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 철퇴를 내린 중국이 어떤 수순을 밟을지에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무역전쟁의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들은 무역 분쟁을 보복에 보복으로 앙갚음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의 이런 모습은 마지막까지 협상을 통해 극적 타결을 염원한 국제사회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두 나라의 잘못된 정책 선택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러시안 룰렛'이다. 파멸과 공멸밖에 남는 게 없다.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G2(세계 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자리 잡은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다른 도시국가보다 국력이 강했다. 그러나 도시국가 아테네에 돈과 사람이 몰려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펠로폰네소스의 맹주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급부상에 두려움을 느껴 결국 두 나라는 경제·정치 패권을 놓고 무려 30년에 걸친 지루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에 휩싸였다. 두 나라는 전쟁으로 모두 패망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리스 역사가(家) 투키디데스(Thucydides)가 이를 기록하며 탄생한 용어가 '투키디데스의 함정(陷穽)(Thucydides’ trap)' 이다. 이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긴 자가 어느 날 자신을 추월했을 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그동안 세계 1등을 자부해온 미국은 중국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미국을 앞서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부상한 현실에 분기탱천(憤氣撐天)해 '화염과 분노'에 휩싸였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급부상에 가슴을 치며 억울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정치경제 무대는 뚜렷한 1등 국가와 리더십이 사라진 'G제로(Zero)'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인구 70억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 억명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촘촘하게 연결된 '초연결(Hyper-connected)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세계경제도 다른 나라의 미미한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 '커플링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외면한 채 G2가 벌이는 무역싸움은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不在)를 아쉬워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의 결말이 어디로 귀결될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게임이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미국 압박에 수출량을 10%만 줄여도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미국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G2의 무역전쟁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볼 일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4.8%·홍콩 포함 시 31.6%)이 가장 높은 국가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2%·2위)이 높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양국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고래' 싸움에 '한국 새우등'이 터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氣) 싸움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역구조를 분석해 긴 안목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장이 난 레코드판처럼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한국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해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념적 프레임에 매몰돼 한가롭게 '기업 때리기' 할 때가 아니다. 적폐청산 구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 활성화다. 정치 목적이 국태민안(國泰民安)에 있고 그 핵심은 경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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