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는 10대 그룹 중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주주회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가 가장 많으며 일부 계열사 지분율도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팩트 DB |
GS 지분 보유 총수 일가만 48명…"타 그룹과 사정 달라" 해명에 '글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GS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총수 일가 지분 해소 요구에 초긴장하고 있다. 4대 그룹(삼성·현대차·LG·SK)을 포함한 주요 그룹사들이 계열분리에 직간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GS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형제·사촌 간에 복잡하게 얽혀있어 공정위의 직접적인 지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4촌, 6촌, 8촌 등 친척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은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계열분리를 해달라"고 발언했다.
또한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18개 대기업집단 지주회사 매출액 중 브랜드수수료 등 배당외수익 비중이 43.4%로 배당수익 비중(40.8%)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배당외수익은 부동산임대료, 브랜드수수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으로 주로 내부거래에서 파생되는 수익이다. 이는 또 공정위가 요구하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공정위가 추진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비롯된다.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에게 비주력계열사 계열분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라는 주문을 했다. 공정위는 특히 기업 중에서도 지주회사의 높은 내부거래비율 등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영 승계 작업을 준비중인 삼성과 현대차는 경영 상속이 유력한 두 오너 3세를 통해 계열분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경영 일선에서 기업을 이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자동차와 부품사업 등을 물려받고 있는 수순이다.
LG와 SK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는 계열분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구본무 전 회장이 타걔해 구광모 LS전자 상무가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돼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와 함께 LG 지분 7.72%를 보유한 구본준 LG 부회장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며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계열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도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분리가 가능하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고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통해 SK케미칼, SKD&D, SK가스, SK건설 등을 지배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도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해 지분율을 낮췄고 효성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공정위의 지배 구조 지적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 GS 지주사는 총수 일가 48명 소유,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숫자
GS는 이들과 상황이 다르다. GS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48명의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GS가 오랜 시간 동안 형제경영과 사촌경영을 원칙으로 한 '혈족경영'을 이어온 까닭이다. GS는 가족애(愛)로 뭉친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공정위 방향과 완전히 어긋나 있는 모양새다.
GS는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계열사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90% 넘는 계열사가 10곳에 달하며 100%인 곳도 6곳이나 된다. 대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GS아이티엠과 보헌개발, 승산 등이다.
GS아이티엠은 정보시스템관리(SI)회사로 총수 일가 지분율은 2017년 5월 기준 80.6%, 내부거래 비중은 78.84%에 이른다. 부동산 임대업회사 보헌개발도 GS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계열사로 지분율 100%에 내부거래 비중 97.73%에 달한다.
GS홈쇼핑, GS칼텍스, GS리테일 등 물류센터 임대와 운송 등을 맡고 있는 승산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00.0%이며 내부거래 비중은 42.67%이다. 결국 이들 계열사가 공정위 요구를 실행하려면 총수 일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거래 규모를 줄여야 한다.
GS도 사정에 따라 핑계를 댈 여지는 있다. GS 총수 일가는 LG로부터 그룹 분리 이전 각자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GS가 지난 2005년 LG로부터 분리될 때 그룹 총수가 허창수 GS 회장으로 바뀌며 이들 회사가 모두 동일인 집단으로 묶여 단번에 몸집이 커진 점도 있다. 또 GS 전체의 내부 거래 비중은 SK나 현대차 등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GS는 2017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5.1%다. 이는 내부거래 비중이 SK 23.1%, 현대차 17.8%, LG 15.2%, 롯데 14.8% 등에 비해 낮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취임 1년'을 맞아 대기업이 계열분리를 실시해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더팩트 DB |
다만 공정위는 GS 사정을 바줄 리 없어 보인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은 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핵심사업과 관계없는 계열사 사업군을 지목한 점도 GS를 옥죄는 요인이다. 김 위원장이 GS를 꼭 찍어 말한 건 아니지만 언급한 사업군 속에 모두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에 달하는 회사가 포함돼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단기간내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면 회사의 존속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총수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GS는 공정위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를 합병한다거나 총수 일가 지분 매각 등에 대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GS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의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총수 일가 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