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협회 가입사 기준 73곳이 이달부터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연구개발, 영업 직군 등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픽사베이 |
제약사 70여곳 '주 52시간' 돌입…직군 특수성 반영 위한 과도기 겪을 듯
[더팩트|고은결 기자] '주 52시간' 시대가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상위 제약사들은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영업직과 연구직 등 특수성을 지닌 직군의 근무제도에 대한 연착륙 과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제약사는 협회 가입사 기준 73곳이다. 50~299인 사업장에 속하는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오는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제약업계는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을 도입하며 새로운 근무체제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JW중외제약 등 주요 제약사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 사용이 제한되는 PC오프제를 도입해 업무시간 외 근무를 차단했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곳도 적지 않다. 효율성을 갖추자는 취지에 맞춰 집중근무시간을 운영하는 제약사들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약산업 특성상 신약 연구·의약품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개발(R&D) 부문은 프로젝트에 따라 획일적으로 시간을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주 52시간 제도에 끼워 맞추다가 오히려 개발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의약품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이어진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제도를 의식해 생산인력 추가 채용을 고려하는 곳도 있지만 유휴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주 52시간 제도 도입과 관련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
영업과 마케팅, 홍보 등 외부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직군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사원의 경우 고객들과 만나려면 점심, 저녁 시간에 근무할 수밖에 없는데다 주말 학회 참석 등도 있어 공식 근무시간을 엄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외근 시간이 많은 영업직군과 집중 근로 시기가 필요한 R&D 직군에 대해서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 재량근로제 도입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란 외부 근무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소정 근로시간 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는 직원에 업무시간 관리 전반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뜻한다.
특히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최대 3개월의 기간 안에서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에 맞춰 운용하는 제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해당 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