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우측 상단)이 정부의 정책 기조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기업은행, 정규직 전환·주 52시간 근무제 등 선제적 움직임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춰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타 은행에 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달부터 시행됐다. 금융권의 경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1년 유예기간이 적용돼 내년 7월부터 적용하면 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일찍이 준비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일부 본점 부서에서 시범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시차출퇴근형 유연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퇴근 시간에 맞춰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1시간 동안 PC를 끄고 있다.
기업은행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타 은행보다 발 빠르게 대응한 배경에는 김 행장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3월 직접 나서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도입을 준비해왔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파견용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아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
김 행장의 '정부 발맞추기'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무기계약직(준정규직)과 기간제,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적극 따른 것이다.
다만 이를 두고는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3월 창구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3300여 명의 준정규직 행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2000여 명의 용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용역 근로자를 위한 자회사를 만들고, 이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 직접고용이나 자회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자 측은 새로운 용역업체의 정규직이 될 뿐 은행 소속 비정규직일 때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2대 주주로 있는 KT&G 사장 재선임을 반대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하기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다만 이를 두고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잇따라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현지 법인 설립에 한 발짝 다가섰다. 사진은 올해 1월 범금융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김도진 행장의 모습. /더팩트 DB |
정부의 '신남방정책' 정책에 힘입어 동남아 시장 확대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그리스 은행에 이어 4월 미트라니아가 은행과 조건부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잇따라 인도네시아 은행 2개를 인수하면서 현지 법인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규정에 따라 은행 지분 소유한도가 최대 40%인데, 이를 초과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현지 은행을 인수해야 한다. 현재 해당 조건을 충족한 만큼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설립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현지 은행 설립을 위해 몇 가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미트라니아가 은행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현지 금융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고, 아그리스 은행과 미트라니아가 은행이 합병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리딩뱅크'인 만큼 정부의 '중소기업 중심' 정책 추진 방향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IBK창공'을 통해 창업벤처기업을 육성·지원하고 있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서 늘려가는 모습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산담보대출'을 은행권에서 선제적으로 출시해 정부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며 "은행권은 비슷하게 맞춰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도 뒤따라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