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다가왔지만 금융권에서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치르는 한국 축가 국가대표팀의 모습. /배정한 기자 |
예상보다 저조한 월드컵 관심에 마케팅 규제 강화까지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다가왔지만 금융권은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전후로 관련 금융상품을 내놓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생각보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지 않은 데다 매복 마케팅에 대한 강한 규제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에서 월드컵과 관련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금융사는 KEB하나은행과 NH농협카드 정도다.
먼저 NH농협카드는 월드컵을 주최하는 FIFA(피파·국제축구연맹)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와 손을 잡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 4월13일까지 해외에서 카드를 이용한 회원에게는 추첨을 통해 러시아 여행권 등 다양한 경품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로 축구 국가대표팀을 활용해 간접적인 러시아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한다. 지난 4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얹어 주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어서 환전 이벤트로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 루블화에 대한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벤트 명이나 내용에 '월드컵'을 직접 언급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이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농협카드의 경우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와의 협업했기 때문에 겨우 '월드컵'을 이벤트 명에 직접 사용할 수 있었다.
금융권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매복 마케팅 관련 규제가 거세진 탓에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금융권 반응이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은행·카드·증권사 모두 월드컵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관련 이벤트나 상품을 출시했다.
금융권의 달라진 반응에는 FIFA가 매복 마케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청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매복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나 단체들이 대회와 연계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편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이런 매복 마케팅이 대회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고, 공식 후원사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에 대한 단속 및 규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매복 마케팅 논란이 제기되며 여러 기업이 제재를 받기도 했다. 전례가 있었던 탓에 금융권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금융권이 선뜻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여러 정치적 이벤트가 겹치는 바람에 관심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개막 이틀 전인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하루 전인 오늘(13일)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는 데다가 마케팅 규제도 강해진 만큼 굳이 월드컵을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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