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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사면초가' 현대차, '4차 산업혁명 낙오자' 안 되려면
입력: 2018.05.31 05:00 / 수정: 2018.05.31 08:15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2시간 파업을 했다. /더팩트 DB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2시간 파업을 했다. /더팩트 DB

현대車노조, 경영위기 외면하고 '정치파업'... 대규모 리콜사태 반성해야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고장이 난 레코드판처럼 되풀이하는 그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들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얘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2시간 파업을 했다. 부분 파업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파업은 현대차 이해관계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현대차는 '최저임금 무풍지대'다. 현대차 노조원은 웬만하면 정년을 보장받는 '철밥통' 이다.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도 9000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설령 승진을 못 해도 호봉승급만으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상팔자도 이런 상팔자가 없다.

'금수저'인 현대차 노조가 이번 파업에 나서면서 내건 명분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 성명서에서 "중소기업 임금이 하향 평준화하면 대기업 노조들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져 '귀족 노조'라는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얘기다. 노조 주장에서 박애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파업 명분이 현대차 근로자를 위한다기 보다는 '귀족노조' 꼬리표를 떼겠다는 의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억대연봉자가 수두룩한 현대차 노조의 '거짓순수'(Pseudoinnocence)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소설가 대니얼 퀸(Daniel Quinn)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이시마엘'(Ishmael)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개구리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재빨리 냄비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찬물에 넣고 온도를 조금씩 올리면 개구리가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결국 뜨거운 물에 익혀 죽게 된다."

이 말은 위기 불감증을 꼬집는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이 갑작스런 변화에는 반응하지만 환경이 서서히 변하면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화(禍)를 당한다는 뜻이다. 현대차를 지켜보면 '끓는 물 속 개구리'와 똑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해외와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수출과 생산이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24만 5000대에 그쳐 2016년 1분기에 비해 무려 34%나 급감했다. 충격적인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처참한 결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것이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중국산 자동차가 어느덧 현대차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국산차 버팀목이었던 내수 시장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2010년 6.9%였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5.2%, 올 1분기에 18.4%로 껑충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2~3년 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2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수많은 고민에 밤잠을 설쳐야 할지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차는 '품질 완벽주의'와는 담을 쌓았다. 현대차는 올해 초만 해도 NF쏘나타와 그랜저TG 등 무려 91만5283대를 리콜했다. 리콜이 많아지면 소비자 불만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리콜왕(王)'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잠시 방심하면 불운(不運)의 탈을 쓴 검은 백조가 슬며시 다가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현대차 노조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국내외에서 위기의 파고(波高)가 몰아치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툭하면 자동차 생산라인을 세우기 일쑤다.

특히 현대차 노조만 살펴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파업은 현대차에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한 이후 파업을 밥 먹듯이 했다. 이들이 지난 31년간 노조활동을 하면서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 2009~2011년 등 4년뿐이었다. 오죽했으면 '현대차=노조파업 대명사' 라는 굴욕적인 등식이 나왔겠는가.

현대차 파업은 ’관객이 없는 무대‘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노조의 철학적 빈곤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객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이쯤 되면 '흥행 폭망(폭삭 망함)'이다.

자동차는 소중한 생명과 직결되는 대표적 상품이다. 자동차 산업에 '무결점 주의‘가 중요한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의 머리띠를 두르기 보다는 생산라인에서 결함 투성 자동차를 생산한 것에 대해 소비자 앞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대규모 리콜 사태에 노조가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파업의 값어치’도 많이 떨어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간 지 오래다. '무결점 차량'을 시장에 내놔도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국산차 대체재(代替財)가 수두룩하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 얘기다.

현대기아차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이들 수입차 업체들에게 현대차 파업은 대형 호재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이들 수입차 업체들은 현대차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의 발등에 도끼를 찍는 우(遇)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끓는 물 속 개구리’인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변변한 스포츠카 하나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 등 자동차 후발국이 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으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현대기아차가 포뮬러 원(Formula One: 미국 스포츠카 경주 대회)에 자체 생산한 최고 성능의 스포츠카를 선보이는 기술적 혁신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현대기아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의 43%를 생산했다는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 보고서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는 첨단 기술력도 부족한 데다 이제는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에 뒤처지는 슬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세계적 우량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잃는 원인을 분석했다. 클레이튼 교수는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멸망했던 것처럼 노키아도 결국 무너졌다며 기업이 노키아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달콤한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둔감하고 디지털 기술의 혁명적 변화를 외면하는 '나홀로 갈라파고스' 프레임에 함몰되면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으로 요약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도에 휩쓸려 좌초할 수밖에 없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초경쟁시대를 맞은 상황이지만 현대차 노조가 외치는 구호는 한가롭기 짝이 없다. 소비자에 외면당하고 차세대 첨단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동차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오만하거나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가는 세상이다.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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