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공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309만 원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
금융공기업 임금 인상, 성과에 따른 것일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최근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두고 또다시 시끄럽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16.4% 대폭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놓고 당시 중소·영세업자와 노동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번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에 기본금, 직무·직책 수당 등 고정수당만 포함됐지만 내년부터 상여금, 교통비, 밥값, 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실질적으로 임금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고임금을 받는 금융공기업은 '돈 잔치'를 벌이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권은 먼 남의 나라 얘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공공기관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309만 원으로 집계됐다. 7개 금융공기업은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으로 전체 공공기관 361개 평균 임금 6707만 원보다 38.8% 많이 받고 있다.
금융공기업은 다른 공기업에 비해 인상률이 2배 가까이 높은 데다 이들의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2014년 기준 금융공기업과 일반 공기업의 임금 차는 33.5% 정도였는데 3년 만에 38.8%로 5.3%포인트 격차가 커졌다. 급여인상률 또한 최근 3년간 일반공기업은 5.5%에 불과했지만 금융공기업의 인상률은 9.7%에 달했다.
금융공기업의 최근 3년간 임금인상률은 9.7%로 일반공기업 5.5%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더팩트 DB |
금융공기업이 소위 말하는 '엘리트' 집단이니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을 잘해 능력에 맞춰 연봉이 오르는 것 또한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 성과를 생각한다면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37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성숙 분야는 74위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낮추는 주요인이 됐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조선·해운업 부실 관리와 한국 GM,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등으로 뭇매를 맞아왔지만 임금 인상률은 눈에 띄게 높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만 평균 인상률이 6.1%에 달해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 원대에 진입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몇 년간 부실관리 논란 등에 휩싸여 임금을 반납하기도 했지만 논란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임금이 껑충 뛴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5년 수익성 악화로 팀장급 이상 임직원이 그해 임금인상분을 반납했고 당시 수장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기본금 전액을 내놨다. 또한 2016년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혁신안을 발표해 임원 급여를 삭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견제가 줄어든 상황에서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방만 경영' 문제가 다시 떠오르게 됐다. 정부는 지난 2013~2014년 금융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에 따라 2014년 금융공기업의 1인당 평균 임금은 8487만 원으로 전년(8508만 원)보다 소폭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견제가 다소 줄어들자 금융공기업 1인당 평균 임금이 갑작스레 큰 폭으로 올린 것이다. 성과·업황 등이 아닌 '정부의 눈치'를 보며 임금을 올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취업난'으로 취업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해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억대 연봉'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성과에 따른 보수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성과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는 다른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