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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빚의 굴레' 연대보증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
입력: 2018.05.29 00:00 / 수정: 2018.05.29 00:00
그동안 정부는 채무자 빚을 덜어주고 신용회복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지만 연대보증인들 채무에 대한 관심은 적어 논란이 되고 있다. /pixabay
그동안 정부는 채무자 빚을 덜어주고 신용회복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지만 연대보증인들 채무에 대한 관심은 적어 논란이 되고 있다. /pixabay

연대보증채무 피해자, 금융사의 약탈적 채권추심 행위로 심한 고통 받아

[더팩트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옛말에 '보증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말의 깊은 뜻을 IMF시대 전까지 잘 알지 못했고 생각으로만 '그러려니' 하고 지내왔다. 친인척이 취직한다고 보증을 서달라고 하면 두말없이 도장을 찍어 줬고, 친구가 대출받는다고 연대보증을 서 달라 하면 '그 까짓거 도장 찍는데 돈 들어가나' 하는 심정으로 가볍게 보증을 서줬다.

그런데 1997년 IMF라는 괴물보다 더 무서운 '경제 쓰나미'가 우리나라를 뒤덮자 여기저기서 '부도'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옆집, 형제자매가 보증 채무 폭탄을 맞아 부도를 맞거나 파산자 신세로 전락했다. 채권자의 시달림을 피해 집도 없이 떠돌며 ‘홈리스’로 사는 주변인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우리 국민들은 그때 '빚과 보증의 무서움'을 절실히 알았고 속담의 뜻을 몸으로 깨달았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증인'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0년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증인은 조선시대 당시 관문서와 판결문에 등장했으며 전당포규칙, 계조직, 종계 등에서도 '보증'이 이미 널리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법률상 연대보증제도는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해 채무를 부담하는 보증을 말한다. 하지만 연대보증은 부종성(附從性)이 있다는 점에서 연대채무와 다르다. 부종성은 법률적으로 어떤 권리의 성립, 존속, 소멸(消滅) 따위가 주된 권리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주채무가 성립하지 않으면 연대보증도 성립하지 않고 주채무가 소멸하면 연대보증도 없어진다.

그러나 부종성은 일반적인 보증채무와 달리 연대보증인에게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다. 최고·검색의 항변권은 연대보증을 선 사람이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회사에 주채무자에게 먼저 빚을 청구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러다 보니 채권자는 주채무자 자력 유무에 불문하고 즉시 연대보증인에게 청구하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무서운 제도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주채무자 신용이 부족하면 주채무자와 연대해 연대보증인에게 채무를 부담했다. 금융회사들은 또 주채무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보증인을 세워 대출했다.

금융회사들은 주채무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보증인을 세워 대출 장사를 했다. 그에 따른 연대보증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지자 연대보증제도는 '3대를 멸망케하는 독버섯'으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연대보증제도는 은행권은 2012년, 제2금융권은 2013년에 폐지됐다. 이와 함께 대부업,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도 올 4월부터 폐지됐다.

연대보증인들은 채무자들보다 더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증채무 탕감 정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pixabay
연대보증인들은 채무자들보다 더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증채무 탕감' 정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pixabay

하지만 이미 보증을 섰던 보증인들에 대한 채무는 탕감되지 않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채무자의 무거운 빚을 덜어주고 신용회복 및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돈 한 푼 써보지 못하고 도장만 찍어준 선량한 연대보증인들의 채무는 정부의 관심밖이다. 연대보증인들은 보증을 잘 못 서서 채무자보다 더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증채무 탕감’ 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금융회사들의 탐욕에 연대보증채무 피해자들에 대한 약탈적 채권추심 행위가 이어져 연대보증인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신용회복기금을 조성해 5000만 원 미만 6개월 이상 다중채무자를 지원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1억 원 이하 6개월 이상 채무자의 빚을 최대 50% 감면해줬다. 두 정부 모두 채무자 위주 정책이 시행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의 연대보증인에 한해 재산이 없는 경우 일괄 연대보증채무를 면제했다. 하지만 다른 업체에서 보유한 채권의 연대보증인은 이에 해당되지 않으며 장기소액채권의 탕감 대상도 아니다.

한 예로 부산에 사는 한 여성은 2002년 농협에서 친구의 카드대출 300만 원에 연대보증을 선 후 까맣게 잊고 있다가 15년이 지난 뒤 채권추심회사 강압에 못 이기고 이자 827만 원을 더해 대출금의 약 4배인 1127만 원을 갚은 사례가 있다.

주위에 있는 대다수 연대보증인은 보증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채무를 연대로 이행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지인의 부탁으로 금융회사가 '보증인이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마지못해 보증을 선 것이다. 이 보증채무는 채무자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선고 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연대보증인들은 금융회사인 채권자의 시효연장 남발로 평생 보증채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설령 사망해도 채무가 상속인들에게 상속되는 ‘빚의 굴레’가 된다.

취약 계층 채무자의 빚을 덜어준 과거 정부의 정책 취지에 맞게 연대보증채무도 이제는 청산해야 할 '금융적폐'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선량한 연대보증인들이 악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친척, 동료, 지인 부탁에 막연히 보증한 죄로 장기간 고통받는 연대보증인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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