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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딜레마 빠진 '편의점 근접 출점'…가맹점주만 '피눈물'
입력: 2018.05.26 00:01 / 수정: 2018.05.26 00:01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 1층 대로변에 있는 CU편의점.  해당 점포 가맹점주는 같은 건물 지하에 경쟁 점포가 들어섰다며 이는 명백한 근접 출점이라고 주장한다. /고은결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 1층 대로변에 있는 CU편의점. 해당 점포 가맹점주는 같은 건물 지하에 경쟁 점포가 들어섰다며 이는 명백한 '근접 출점'이라고 주장한다. /고은결 기자

'편의점 4만개 시대' 포화된 시장에 근접 출점 논란 겹쳐 가맹점주 속앓이

[더팩트|고은결 기자] "지난주 목요일에 입주민들로부터 저희 점포 바로 밑에 경쟁 점포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쟁 점포 등장으로)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한데 이런 경우 고통분담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24일 찾아간 서울시 용산구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 1층에 있는 편의점 CU 가맹점주 조 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조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 또 다른 경쟁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은 조 씨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에 조 씨는 출입문 근처에 '같은 건물 바로 밑에 또 편의점이 들어온다. 개점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가 이날 수거했다.

조 씨는 "임대료가 더 저렴한 옆 매장으로 옮기고 싶어도 계약관계가 얽혀 있어 불가능하다"면서 "여기에 경쟁 점포까지 생기니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산푸르지오써밋의 1층 로비에서 건물 내 우측에 있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왼쪽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이 나온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25일 개점했다.

이와 관련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상권에 대한 해석이 각기 다를 수 있어 일단 가맹점주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븐일레븐 측은 용산푸르지오써밋이 대형 주상복합단지이며 결코 한정된 상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용산푸르지오써밋은 대형 복합상권이며 상가동은 아파트동까지 아우르고 있다"며 "내부 상권만 따져도 1000세대 이상이고 용산역 일대도 계속 번화가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브랜드가 동시에 보이는 상황이 아니며 1층 로비에서 내려가 이동해야 세븐일레븐 점포로 갈 수 있어 근접 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용산푸르지오써밋에서 발생한 '편의점 근접 출점 논란'은 상권 규모에 대한 시각차가 발단이 됐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논란의 중심은 결국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아니겠느냐"면서 "현재 경쟁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막을 법적 서로 갈등만 커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 지하 1층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점포. 세븐일레븐 측은 해당 건물은 대형 복합상권이며 용산역 일대도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근접 출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은결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 지하 1층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점포. 세븐일레븐 측은 해당 건물은 대형 복합상권이며 용산역 일대도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근접 출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은결 기자

◆ '편의점 4만개 시대'…법적 규정 없어 딜레마 빠진 근접 출점 논란

편의점 업계는 해묵은 논쟁거리인 '근접 출점'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편의점 CU 또한 같은 골목길에서 1분도 안되는 거리에 GS25 편의점이 문을 열어 양측 간 갈등이 불거졌다. 해당 CU편의점주는 한정된 상권에서 벌이는 출혈경쟁이라며 근접 출점한 경쟁사를 비난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GS25가 자리잡은 건물 아래에 세븐일레븐이 신규 출점하자 GS25 점주가 플래카드를 내걸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뒤늦게 개점한 세븐일레븐 측이 폐점해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업계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편의점 근접 출점은 이를 막을 법적인 제재가 없어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점포를 연 가맹점주들은 상도덕(商道德)에 어긋난다며 피해를 주장하지만 문제들을 타개해 나갈 마땅한 묘책도 없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1999년까지만해도 점포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편의점 자체 규정이 있었다. 편의점협회는 1994년 사장단회의에서 점포간 상권보호를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00년 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 내 자율 규약을 '카르텔(부당한 공동행위)'로 여기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편의점의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을 제한하게 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으나 이 규정도 2014년 폐지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편의점 근접 출점을 차단할 법적 조항이 없는 셈이다.

◆ '편의점 빅3' 명암 엇갈려...GS25·세븐일레븐 수익성 뚝 떨어져

근접 출점 증가에 따른 가맹점주 불만이 점차 커지면서 편의점 업계는 상생을 위해 근접 출점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이지만 서로 지켜야 할 부분은 지켜나가면서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기대를 걸어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달해 과열된 출점 경쟁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가맹점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15년 2만6000여 개 수준에서 지난해 말 3만7000개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점포 수가 올해 1분기에 4만 개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10.2% 증가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점포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빅3' 가운데 BGF리테일이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 이에 비해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억 원 가량 줄었다. 또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영업이익이 2016년 473억 원에서 지난해 429억 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가 겹쳐 점포 매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출혈경쟁 논란을 부추기는 근접 출점에 정부의 규제와 업계간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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