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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차이나머니' 무차별 공습에 흔들리는 'K뷰티'
입력: 2018.05.21 05:01 / 수정: 2018.05.21 05:01

중국계 기업의 투자를 받은 한국 중소 화장품업체 두 곳이 투자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투자를 명분으로 한 불공정한 거래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기업사냥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더팩트DB
중국계 기업의 투자를 받은 한국 중소 화장품업체 두 곳이 투자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투자를 명분으로 한 불공정한 거래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기업사냥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더팩트DB

중국계 기업 투자받은 유망 화장품社, 법정 공방에 돈·기술 잃고 도산 위기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한국 중소 화장품업체들이 불공정한 계약에 대한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막힌 상황에서 활로를 모색하다가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인 넥스트아이와 손잡았던 HS글로벌과 유미소향 이야기다.

이들 기업은 자금력을 앞세운 넥스트아이와 불공정한 거래 계약 조건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말한다.

넥스트아이는 중국인 사업가인 진광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머신비전 및 화장품 유통 전문 기업으로 국내 유망 중소 화장품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모기업인 중국 유미도그룹은 중국 내 5000여 개 가맹점과 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 뷰티 프랜차이즈 그룹이다. 2016년 2월 넥스트아이를 560억 원에 인수·합병(M&A)한 후 신규 화장품 유통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을 사들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종합 솔루션 기업 HS글로벌에 이어 최근 뷰티 프랜차이즈 업체 유미소향까지 잇따라 넥스트아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화장품 업계의 차이나머니 '먹튀' 논란과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 'K뷰티' 유미소향·HS글로벌, 중국계 넥스트아이와 법적 분쟁

유미소향은 파트너사인 넥스트아이의 횡령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미소향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낸 '불법 횡령에 의한 부당이익 채권 가압류 청구건'이 받아들여져 지난 9일 넥스트아이 법인의 통장 가압류 결정이 나온 상태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종합 솔루션 기업 HS글로벌에 이어 최근 뷰티 프랜차이즈 업체 유미소향까지 잇따라 넥스트아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화장품 업계에서 차이나머니 잠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유미소향이 넥스트아이에 제기한 부당이익 채권 가압류 청구에 대한 법원 결정문. /유미소향 제공
지난해 국내 화장품 종합 솔루션 기업 HS글로벌에 이어 최근 뷰티 프랜차이즈 업체 유미소향까지 잇따라 넥스트아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화장품 업계에서 차이나머니 잠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유미소향이 넥스트아이에 제기한 부당이익 채권 가압류 청구에 대한 법원 결정문. /유미소향 제공

유미소향 측은 프랜차이즈 매출과 이익금 70억 원 중 30%인 20억 원이 별도 합의 없이 넥스트아이 차이나를 통해 넥스트아이 자회사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파악했으며, 이는 횡령이라고 주장한다. 법원 결정문에 따라 유미소향이 진광 넥스트아이 대표에게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금액은 2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넥스트아이가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피부관리 노하우를 보유한 한국형 뷰티 프랜차이즈 업체인 유미소향은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진출에 난항을 겪어오다 2016년 11월 유미도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 내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회계와 재무를 담당하던 유미도그룹이 5개월간 회계와 실적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내 유미소향 가맹 사업 성과를 마치 넥스트아이가 올린 것처럼 허위공시한다는 주장이다.

김주영 유미소향 대표는 "사드 때문에 어려운 와중에 돌파구를 찾느라 중국 자본과 손잡은 것이 결국 막대한 피해로 이어졌다. 특히 유미도그룹이 한국에서 넥스트아이라는 상장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믿고 신뢰했던 것"이라며 "소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위해 불공정 계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사를 통해 한국 기업의 기술, 노하우, 브랜드 강점 등을 탈취하고 있다. 명백한 국부 유출이다"고 강조했다.

넥스트아이와 지난해 1월 경영권양수도 및 투자계약을 맺었던 HS글로벌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HS글로벌은 넥스트아이 측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HS글로벌은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의 태국 법인장을 역임하고 한국화장품의 '더샘'을 론칭한 김영석 대표가 설립한 화장품 수출 전문기업이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 브랜드 코멜리코, 파이브백을 운영하며 100개 이상의 위생허가(CFDA)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진광 넥스트아이 대표가 HS글로벌 측에 색조 브랜드 파이브백을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싶다며 투자 제안을 해왔다. 당시 진광 대표가 중국 내 유통망을 통한 파이브백 제품 판매를 약속하며 투자 조건으로 중국 현지 독점 판매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해당 계약으로 HS글로벌은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이 중 넥스트아이가 협의 없이 15억 원을 인출해가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넥스트아이는 또 HS글로벌의 자금난 해소를 이유로 들어 투자 계약을 거래 계약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계약서상 중도상환권을 내세우며 자금뿐 아니라 HS글로벌이 보유한 파이브백 브랜드 상표권에 가압류를 걸어 지적 재산권까지 넘기도록 압박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최근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소유하거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팩트DB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최근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소유하거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팩트DB

HS글로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넥스트아이와의 민형사 소송으로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넥스트아이는 HS글로벌의 파이브백 제품 약 30억 원(출하가 기준)을 발주해 놓고 상품대금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HS글로벌은 OEM 생산한 상품대금 중 약 10억 원을 수 개월 동안 결제하지 못하고 있다. 넥스트아이가 발주한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만 판매하도록 만들어진 중국전용제품이기 때문에 국내 및 타 국가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HS글로벌 관계자는 "넥스트아이가 기업사냥에만 눈이 멀어 재력과 탐욕을 앞세워 기업의 기초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기업 활동을 마비시켜놓고 숨통을 조이는 것"이라며 "수년간 피땀 흘려 일궈놓은 일터를 빼앗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 중국 자본 '먹튀' 논란 재점화…핵심 기술 유출 막는 제도적 장치 시급

투자 명분으로 핵심 기술만 빼돌리고 껍데기만 남긴 채 사라지는 중국 자본의 '먹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2016년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구호를 내걸고 해외 투자를 장려하면서 이어진 중국 기업의 무차별적인 해외 기업 M&A 사냥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날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자국 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영업기밀 보호 관련 법안을 만들어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건 것이다.

중국 내 한류와 K뷰티의 인기가 여전해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들은 중국 자본의 투자와 협업 대상 1순위다. 기술 탈취 피해 우려가 큰 만큼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 시 '꽌시(关系·관계)'로 불리는 중국 비즈니스 관행상 현지 인맥을 쌓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투자와 협업 제안을 쉽게 '기회'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기업일수록 중국 자본의 기업사냥 먹잇감이 될 우려가 높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소기업들은 자본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중국 시장과 법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현지에서 기업 간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파트너사 하나만 믿고 가는 건데 중국 자본이 'K뷰티' 붐에 편승해 기술만 편취하고 빠져 나가는 일이 너무 많다. 중국 사업 경험이 없는 소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중국 자본이 최근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투자로 경영권을 소유하거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이 M&A나 합작을 할 때 해외 진출 지원에만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M&A 이후 생기는 법적인 문제나 현지 상황을 상담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지원 시스템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투자받은 이후 생기는 문제점들을 줄이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영만 중국시장전략연구소 소장은 "화장품은 브랜드 사업이므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가 살아있어야 한다"며 "특허 기술을 대표 개인 명의로 만들어 회사에 양도하는 방식 등 상표권과 CFDA(중국 위생허가) 권한에 대한 보호장치를 반드시 갖춘 후 중국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소장은 "투자를 받을 때는 경영권 침해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받아야 한다. 많이 받을수록 감수할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면서 "기술 보호장치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투(모방) 제품에 대처할 수 있는 핵심 기술과 투자금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상품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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