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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대기업은 '호통' 아닌 '소통'의 대상
입력: 2018.05.17 05:01 / 수정: 2018.05.17 05:01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관련 법안에 관한 정부 기관 해석이 달라지는 등 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져  재계 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관련 법안에 관한 정부 기관 해석이 달라지는 등 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져 재계 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공정위, 재계 목소리 '소 귀에 경 읽기' 돼서는 안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2015년 11월 치러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당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국어 영역(A형) 19번 문항 답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문제 출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부 수험생과 사설학원 강사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수능 정답결정처분 등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3개월여 동안 진행된 법정공방은 원고 쪽 패소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매년 수능 때마다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 건수는 수백여 건에 달한다. 느닷없는 수능 얘기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경제 관련 법안들이 전면 재검토되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다수 정부 기관에서 일부 대기업 이슈와 관련한 기존 방침에서 태도를 달리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당시 수능 문제 소동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재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려와 볼멘소리가 수험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수험생들에게 수능이 매우 중요한 삶의 관문으로 꼽히는 이유는 대학 문턱을 넘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마다 가치관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20대로 접어드는 첫 '삶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시험 문제 출제에도 철두철미한 점검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수천억 원 또는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를 전면 수정하고 개편하는 작업도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초석이자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미래 사업 추진과 직결되는 경제 관련 법안이나 이에 관한 법률 해석 역시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계 안팎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은 수년 전에 공정위와 금융 당국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각종 경영 현안들이 정권이 바뀐 후 법에 위배되는 사안으로 뒤바뀌면서 사업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노골적으로 '시세 차익'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지배회사 체제 전환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엘리엇 또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았다며 정부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를 현대차그룹을 향한 '딴죽 걸기'의 근거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삼성은 수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각종 경영 현안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법률 해석이 뒤바뀌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고심하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은 수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각종 경영 현안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법률 해석이 뒤바뀌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고심하고 있다. /더팩트 DB

주요 그룹들을 향한 정부 압박과 호통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2016년 8월부터 여야 합의로 시행됐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등은 표류되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등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통상적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준비하고 내다봐야 하는 미래 사업 구상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덩달아 잣대를 달리하는 경제 관련 법률에 발목을 잡힌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들 경쟁력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을 한 데 모아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6월(삼성·현대차·SK·LG그룹)과 11월(현대차·SK·LG·롯데그룹)에 이어 세 번째이자 올해 첫 대화 대상을 10대 그룹으로 확대한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며 재계의 목소리에도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간담회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벌 혼내느라 늦었습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던 공정위 수장의 달라진 뉘앙스에 재계도 어느 정도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과거에 잘못 판단했으니 이제라도 고쳐라'는 식의 의사전달은 대화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지시나 마찬가지다. 기업은 '호통'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제는 정부 당국이 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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