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더팩트DB |
보편요금제 규개위 통과…다음 달 국무회의 의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부가 저렴한 가격의 통신 요금제를 마련해 이를 이동통신사에게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보편요금제의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를 통과했다. 이제 다음 달 국무회의 의결과 법안 통과 과정을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한 뒤 민간 기업에 강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5세대(5G) 상용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지나친 때리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입법안이 규개위 심의를 통과했다. 규개위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1일 2차례 회의를 연 뒤 찬반 격론을 벌였고, 결국 24명의 위원 중 13명이 찬성해 정부안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번 안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현재 3만 원대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를 월 2만 원대 요금제로 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텔레콤이 도입하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요금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국무회의 의결을 마치고 국회에 보편요금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상반기 법안 제출이 목표"라며 "최대한 공백이 없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르면 다음 달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정한 기자 |
이번 보편요금제가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지만, 보편요금제가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어 국회의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시행 여부를 가리는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보편요금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3개의 민간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통신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요금을 강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통신 서비스 요금을 지정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발맞춰 시행하고 부분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문제뿐만 아니라 연이은 때리기에 이동통신사들의 5G 투자 여력 감소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보편요금제 실시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최대 2조2000억 원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으로 매출의 지속적인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3조 원에 육박하는 5G 주파수 경매 전쟁을 치러야 한다"며 "지금도 이동통신사들은 5G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이 가해진다면 이동통신사들은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5G 상용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