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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악질 갑질' 탠디, 제화공 파업에 결국 무릎 꿇은 이유는 (영상)
입력: 2018.05.12 05:03 / 수정: 2018.05.12 09:39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여온 탠디 제화공들이 11일 새벽 사측과 노·사합의안에 서명을 함에 따라 농성을 풀고 14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한다. /봉천동=안옥희 기자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여온 탠디 제화공들이 11일 새벽 사측과 노·사합의안에 서명을 함에 따라 농성을 풀고 14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한다. /봉천동=안옥희 기자

탠디-제화공, 밤샘 마라톤 교섭…점거 농성 16일 만에 공임 1300원 인상 합의

[더팩트ㅣ봉천동=안옥희 기자] '구두 장인'이 아닌 '노예'와 다름 없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부당한 처우를 고발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여온 제화공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정기수 탠디 회장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파업 여파로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파업 장기화로 대내외적으로도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한 데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11일 새벽 정 회장은 탠디 제화공들과 마라톤 교섭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합의를 봤다. 이에 따라 제화공들은 파업 농성을 풀고 오는 14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 '쥐꼬리'만도 못한 공임에 제화공 '구두 장인' 아닌 '구두 노예' 신세

40여 명의 탠디 제화공은 공임 2000원 인상, 특수공임 지급, 직접 고용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본사 건물 3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민주노총 서울 일반노조 제화지부 노동자와 가족 200여 명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 앞에서 8년간 오르지 않은 공임 인상과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 본사 건물 안에서는 사측과 제화공들이 집중교섭을 이어갔다.

제화공들은 구두 한 켤레를 만들어야 받을 수 있는 '개수임금제'를 도입해 구두 제작을 중단한 파업 기간에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날 집회에서 본사 점거 농성 중인 제화공 A모 씨 아내 이영희(가명) 씨는 "파업하는 동안 수입이 없어 가족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기수 회장은 (공임 동결 등으로) 너무 살기 힘들어 파업할 수밖에 없었던 제화공 입장을 생각해달라"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서울 일반노조 측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탠디 측과 집중 교섭을 진행했으나 늦은 밤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11일 새벽 2시쯤 정 회장과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파업이 일단락 됐다.

합의서에는 ▲납품가 공임 단가를 저부(신발 밑창)와 갑피(신발 윗부분) 각각 1300원 인상 및 특수공임 지급 ▲일감 차별 금지 ▲탠디 노조‧하청업체와 근로조건, 일감의 양, 공임 단가, 사업자등록증 폐지 등을 결정하는 협의회를 상‧하반기 각각 1회 이상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탠디는 앞서 1~3차 협상에서 제화공들에게 1차 500원, 2차 650원~700원, 3차 1250원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제화공들은 "공임이 동결된 지난 8년 동안 해마다 200원 씩만 올려줬어도 1600원"이라며 2000원 인상안을 고수해왔다.

제화공들이 당초 2000원 인상안에서 700원 낮춘 1300원에 합의한 것은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저마다 직업병을 앓고 있는 점거 농성자들 건강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제화공들은 건강 악화와 생계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번 합의로 제화공들은 파업을 즉시 끝내고 오는 14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탠디도 전국 하청업체 20여 곳 가운데 5곳이 파업해 봄·여름 물량 생산 차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이번 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제화공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40여 명의 탠디 제화공은 8년 간 동결돼 온 공임 인상, 특수공임 지급, 직접 고용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본사 건물 3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본사 바로 옆 미셸 건물 6층은 정기수 탠디 회장 자택으로 탠디 건물과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안옥희 기자
40여 명의 탠디 제화공은 8년 간 동결돼 온 공임 인상, 특수공임 지급, 직접 고용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본사 건물 3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본사 바로 옆 미셸 건물 6층은 정기수 탠디 회장 자택으로 탠디 건물과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안옥희 기자

◆ 탠디, 제화공 공임 8년 간 동결하고 오너 일가 120억 원 배당금 챙겨

백화점에서 30만 원대에 팔리는 명품 수제화를 만드는 제화공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6500원 수준의 공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탠디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탠디는 정기수 회장이 53%, 장남 인원 씨가 37%, 정 회장 부인 박숙자 씨가 10% 지분을 가지고 있어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탠디는 제화공 공임 동결에 대해 제화시장 축소와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율 등을 거론하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수제화와 일반제화 시장규모 축소 주장에도 불구하고 탠디는 지난 10년 간 영업이익이 2007년 27억7000만 원에서 지난해 69억4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어 올랐다. 제화공 공임이 동결된 8년 간 정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무려 12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탠디는 사실상 고용 관계이면서도 지난 2000년 제화공들에게 사업자등록을 강요해 이들이 퇴직금 등 4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사장'(특수 고용 노동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0일 집중 교섭 끝에 정기수 회장(왼쪽 두번째)은 다음 날인 11일 새벽 2시쯤 김형수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위원장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제화공들은 이번 합의에 따라 파업을 끝내고  오는 14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페이스북 갈무리
10일 집중 교섭 끝에 정기수 회장(왼쪽 두번째)은 다음 날인 11일 새벽 2시쯤 김형수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위원장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제화공들은 이번 합의에 따라 파업을 끝내고 오는 14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페이스북 갈무리

아울러 집회 현장에서는 작업 실수로 불량품이 생기면 탠디가 제화공에게 판매가격으로 공제하는 '갑질'을 일삼는다는 불만이 높았다. 탠디 본사에도 검품팀이 있지만 불량품 검품 책임을 제화공에만 지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제화공 S모 씨는 <더팩트>와 인터뷰를 통해 "판매가 30만 원 짜리 구두를 만들 때 작업 실수로 불량품이 되면 탠디가 급여에서 30만 원을 공제하고 구두도 주지 않았다"며 "'갑질'이 심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어 백화점 탠디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C모 씨 역시 "진열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흠집이 날 경우 판매가로 물었다"며 "급여에서 공제하면 내 구두가 돼야하는데 본사가 가져가버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탠디 관계자는 "불량품에 대해 판매가로 공제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검품 과정에서 나오는 단순 하자에 대해서는 100%까지 받지는 않는다"며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그는 또 "예전에 검품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자 제품이 고객에 피해를 입혀 회사 쪽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온 적이 있다"며 "해당 하자 건은 고객 안전과 관련돼 100% 공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자 제품의 행방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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