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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88년 전 역사적 교훈’에 눈 감은 트럼프
입력: 2018.05.10 05:00 / 수정: 2018.05.10 17:29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연간 3750억 달러(약 400조 원)에 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몹시 나쁜 버릇이 들어 있다며 맹비난했다.  /더팩트DB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연간 3750억 달러(약 400조 원)에 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몹시 나쁜 버릇이 들어 있다"며 맹비난했다. /더팩트DB

美경제학자 천여 명 트럼프에 보호무역주의 경고...한국도 글로벌 무역전쟁 대응 시급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미국경제를 대표하는 집단지성이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15명을 포함해 미국 경제학자 1140명은 지난 3일 트럼프 미국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보호무역주의를 시대착오적이라며 맹비난했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이하게 된 데에는 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린 것이 주원인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당시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사업가 출신 허버트 후버는 미국 우선주의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워 192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였다. 1929년 가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대폭락했다. 기업들이 줄파산하고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나 실업률이 25%대로 치솟았다.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깜짝 놀란 후버 대통령은 대공황 해법으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발동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담은 이 법은 2만 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대 400%의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수입 금지나 다름없다. 미국 경제학자 1028명이 후버 대통령에게 보호무역주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썼지만 후버 대통령은 이들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미국 관세폭탄에 유럽 국가들도 관세보복으로 맞대응해 세계교역은 급감하고 대공황은 매우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졌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산업이 보호받기는커녕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스무트-홀리법이 없었다면 대공황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트럼프 대통령이 후버의 실패한 길을 다시 걸어가려 한다. 이번에는 스파링 상대가 바뀌었다. 중국이다. 트럼프는 600억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함께 G2(세계 2대 강국)의 한 축으로 성장한 중국에 트럼프가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보편타당성과 공정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일자리를 없앴다며 통상정책을 전부 뜯어고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외치며 세계화를 이끌어온 국가가 다름 아닌 미국이다. 특히 공화당은 자유시장의 최대 옹호자다.

미국은 교역국이 자유무역에 따른 시장개방에 미온적일 때 ‘슈퍼 301조’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취해왔다. 그런 미국이 이제는 ‘FTA는 재앙’ 운운하며 자유무역을 폄훼하는 모습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성이 따로 없다.

미국 우선 정책(아메리카 퍼스트)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자유무역 확대가 정답이다.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에서 자유무역에 토대를 둔 국제교역만이 교역에서 재미를 보는 국가는 물론 조금 손해 보는 국가에게도 결국 혜택을 준다고 설파하지 않았는가.

더욱이 미국이 중국 등 교역국으로부터 수입한 저렴한 상품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등 해외 저가제품이 미국 물가를 1~1.5% 낮춘다는 옥스퍼드 경제연구원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양패구상(兩敗俱傷·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이다. 88년 전 스무트-홀리법의 재앙이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신(新)고립주의의 결정판이다. 신고립주의는 자국 이기주의의 구차한 명분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거짓순수’(Pseudoinnocence)에 불과하다. 전 세계는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광대의 화려한 굿판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경제적 지평을 송두리째 바꾸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국경에 빗장을 걸고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내걸은 모습은 국제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봐서는 안 된다. 미-중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수출 못지않게 내수 산업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 관광, 서비스 등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해 결국 수출과 내수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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