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경쟁사 음해라는 입장이다. /픽사베이 |
메디톡스 "대웅이 균주 훔쳐" vs 대웅 "경쟁사 음해 그만" 팽팽
[더팩트|고은결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균주를 도용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음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두 업체의 진실공방이 격화되며 자칫 본질을 흐리는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주요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전에 앞둔 '토종 보톡스'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지난달 27일 메디톡스가 대웅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 각하를 결정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을 벌여왔다. 현재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인 A씨가 대웅제약 측의 사주를 받고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제약 측에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로부터 도용한 균주로 제품을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하고 허가 신청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웅은 대웅제약 공장 근처 마구간 흙에서 보톡스 균을 분리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대웅은 메디톡스가 국내 경쟁사를 비방하며 미국에서까지 소송을 낸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간 메디톡스는 균주 출처를 밝히자는 공개 토론을 요구해왔고, 대웅 측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과 대웅의 미 파트너사인 알페온, 에볼루스 등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은 대웅과 메디톡스의 소송을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불편한 법정의 원칙이란 관련 사안을 판결하기에 적합한 법정이 아니라고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에도 오렌지카운티 재판부는 한국에서 같은 사안의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한국을 '소송 적합지'로 보고, 미국 내 소송 진행은 2018년 4월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에도 소송 적합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다만 '재소가 가능한 소각하(dismissal without prejudice)'라는 대목에서 두 회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메디톡스, 美법원 달려가 대웅 상대로 소송 제기한 배경은
미국 법원의 각하 판결을 두고 대웅과 메디톡스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주목된다. 대웅제약은 미국 민사소송이 종결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메디톡스는 재소 가능한 소각하라는 점을 들어 대웅제약에 대한 재소 가능성이 남았다고 해석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법원의 결정문을 들어 미국 내 소송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말한다. 미 법원의 결정문에는 "모든 요인을 고려해 본 사건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곳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고 쓰여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소 가능한 각하는 '형식적 언급'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미 법원 명령에 따라 소송 기일이 잡힌 상황이다. 미 법원에서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심리는 오는 8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메디톡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 회사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재소가 허용된' 각하 결정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회사 측은 대부분의 소각하 결정에서는 법원이 재소 불가능으로 소를 각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땅콩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2016년 1월 미국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재판 관할권이 한국에 있다"며 재소 불가능으로 각하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법원이 현지에 있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등에 대해서는 소송 유지를 결정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 법원이 에볼루스 등에 대해서는 소송 유지를 결정됐다"며 "균주 도용의 장본인은 현재 미국의 모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이 지난 달 27일 메디톡스가 대웅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을 각하 결정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을 벌여왔다. 현재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사진 왼쪽)을,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각사 제공 |
◆ 보톡스 시장 과열?…업계 "논란 매듭짓고 해외서 진검승부해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이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메디톡스의 보톡스 가격 인하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들린다.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해 7월부터 보톡스 가격을 약 20% 인하했다. 이는 점유율 방어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메디톡스 측은 가격 인하가 과열 경쟁을 불렀다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60~70% 수준"이라며 "지난해 공장을 완공하며 물량 부족을 해소했으며 가격 인하는 마케팅 전략의 수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톡스 시장은 제품 개발이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견고하지만 성장세가 높다.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의 규모는 4조 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연 2조 원, 급성장 중인 중국 시장은 5000억 원 규모로 업계는 추정한다. 반면 국내 시장은 1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보톡스 수출액은 지난해 1400억 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올해는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도 해외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중국에 보툴리눔 제제 품목허가 신청을 했으며 미국에서는 임상 3상 진입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토종 보톡스' 최초로 미국, 유럽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두 업체 갈등이 계속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보톡스 진실게임'의 결과에 따라 결국 한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웅과 메디톡스 간 날 선 진실공방은 결국 한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며 "조속히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시장이 한정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품질로 승부 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