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노후 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pixabay |
저출산·고령화·저금리시대, 고용·노동·복지 등 정책 패러다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더팩트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오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일본 NHK 다큐멘터리 방송 ‘노후파산(老後破産)’에서 노인들이 던진 충격적인 한마디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만 3000만 명이 넘는다. 독거노인은 600만 명이 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200여만 명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잃은 ‘노후파산’의 삶을 살고 있다. NHK 방송은 성실하게 일하면 노후에는 행복한 삶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에 따른 충격은 매우 컸다.
‘노후파산’은 단순히 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후파산은 현실로 직시해야 하는 모두의 미래다. 우리는 무엇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6%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치(12%)의 4배나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의 심각성을 국가는 물론 일반 개인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평균수명이 급격히 높아지고 출산율과 금리는 급속도로 낮아지는 '1고(高)2저(低)시대'에 살고 있지만 ‘노후파산’이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는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1970년대 합계 출산율은 4.53명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1.23명으로 크게 줄었고 2016년에는 1.17명, 올해는 1.03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 국가다. 출생아가 1년에 30만 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인식이 43.2%로 절반에 육박한다.
고령화 추세 역시 세계 최고속도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65세 인구 7% 이상)는 이미 2000년도에 넘어섰고 올해 고령사회(65세 인구 14% 이상)에 진입했다. 한국은 또 2026년에는 20.8%가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18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8년밖에 안 걸렸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 까지 프랑스가 40년, 독일이 37년, 미국이 21년, 일본이 12년 걸린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40년이면 노령인구가 32%를 넘어서고 2060년에는 40%가 넘어설 전망이다, 2050년 기준으로는 일본이 39.6%이고 한국은 38.2%로 세계에서 노령인구 비중이 두 번째 많은 나라가 된다.
한국은 금리가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7~8%대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1.5%대로 초저금리 시대가 됐다. 물가상승률이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 돈을 맡겨 놓아도 이자가 붙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출산율과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해 '노후 파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
'냄비 속의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괜찮겠지’ 하고 가만히 있다가 결국 끓는 물에 죽는다. 우리도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 저출산, 저금리의 1고2저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노후파산’이라는 ‘개구리’ 꼴이 될지 모른다. 국가도 개인도 이 현상을 시급하게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고 지원하면 출산을 일시적으로는 늘릴 수는 있지만 저출산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단지 노인 일거리, 일자리를 늘리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고용, 노동, 복지 등 국가 정책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1고2저에 맞춰 전환해야 한다.
개인들도 인식과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도 '쥐꼬리 연금'이지만 2050년이면 바닥나는 국민연금만을 바라볼 수는 없다. 수익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퇴직연금도 믿을 수 없다. 툭하면 금리인하 핑계를 대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소비자를 배신하는 개인연금 역시 믿을 수 없다. 결국 현재 연금만을 바라보다가는 ‘노후파산’은 당연한 결과로 들이닥칠 수 밖에 없다.
결론은 싱겁지만 노후에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이 최고다. 치명적 질병이나 건강을 잃어 일을 하지 못하고 병에 걸려 길게 치료비를 감당하다 보면 ‘노후파산’은 ‘따 논 당상’이다. 웬만한 노후자금 가지고는 엄청난 노후의료비와 간병비를 감당해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본인 혼자만의 ‘노후파산’이 아닌 ‘가족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는 75세 이후까지 제2직업을 찾아 일을 해야 한다. 제1직업과 연관해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좋다. 평생 하고 싶은 일, 적성과 취미, 관심 있는 분야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일’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비정부기구(NGO)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도 좋다.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공익과 사회를 위한 ‘일거리’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수입이 많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과 생활비 정도만 벌면 족하다.
그리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식에게 무언가 유산을 남겨 주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주택연금, 농지연금도 신청하고 죽을 때까지 노후자금으로 쓸 라이프플랜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개인도 '1고2저 시대'를 대응없이 그대로 맞이하면 ‘노후파산’을 면치 못한다. ‘노후파산’을 모면하려면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