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티볼리' 브랜드를 생산하는 조립 1라인과 '렉스턴' 브랜드를 생산하는 3라인을 대상으로 심야 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를 시행한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차량을 생산하는 근로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활력이 넘쳤다. /쌍용자동차 제공 |
노사 '화합의 장' 쌍용차 평택공장 '렉스턴 스포츠' 인기에 피어난 웃음꽃
[더팩트 | 평택=서재근 기자] "아내가 그동안 육아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과 나만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조병호 평택공장 조립2팀 기술수석)
25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평택공장을 찾았다. 거대한 철제 패널을 옮기는 지게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법한 거대한 로봇팔이 정교하게 다듬어진 각종 부품을 용접하며 '렉스턴 스포츠'의 뼈대를 완성한다.
'렉스턴' 브랜드를 생산하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조립 3라인 근로자들의 표정에는 국내 유일 픽업트럭이자 자사 베스트셀링모델로 자리매김한 '렉스턴 스포츠'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판금 및 도장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약품 냄새와 쉼 없이 돌아가는 각종 기계의 소음 속에서도 현장 근로자들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공장 곳곳에서 느껴지는 활력의 비결로 '렉스턴 스포츠'의 흥행과 더불어 이달 초 새로 도입된 주간 2교대 근무 제도를 꼽았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는 프레임 바디가 적용된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칠레 시장에 수출하는 '코란도 스포츠' 등 3개 차량을 생산한다. |
쌍용차는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 2일부터 '티볼리' 브랜드를 생산하는 조립 1라인과 '렉스턴' 브랜드를 생산하는 3라인을 대상으로 심야 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8+9시간)를 시행했다.
새 근무제도의 도입으로 과거 주간 조와 야간 조로 주야 2교대(11+9.5시간) 체제로 운영돼왔던 조립 1라인의 경우 야간근무가 사라지게 됐다. 근로자 한 사람당 일일 평균 근로시간도 기존 10.25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었다.
강상길 쌍용차 생산혁신팀장과 장성호 쌍용차 생산기술담당 상무는 주간 2교대 근무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주간 2교대 도입은) 노사 화합의 산물로 노사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부응하면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생산성 향상에 따른 제조 경쟁력 확보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과감한 시도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근무시간만 바꿔놓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근로자 개개인에게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근로자들은 새로 도입된 주간 2교대 근무 제도와 관련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환영했다. |
조립 2라인에서 근무하는 조병호 기술수석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빠짐없이 야간근무를 해왔는데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로 건강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은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주간 2교대 도입으로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아내가 전담했던 가사를 분담하고, 처음으로 요리학원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2~3개월은 걸릴 것 같지만, 근무환경은 전과 비교해 훨씬 좋아질 것 같다"며 "현장 근로자로서 새로 도입된 근무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루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근무한다"고 덧붙였다.
임상묵 평택공장 조립 3라인 기술수석 역시 "오전 1시 반 이후 심야 근무가 사라졌고, 주간 조도 퇴근 시간이 빨라져 삶이 한층 여유로워졌다"며 "바뀐 근무형태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주간 2교대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쌍용차가 채택한 '혼류 생산 방식'과 '렉스턴 스포츠'의 흥행이 한몫을 차지한다.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는 프레임 바디가 적용된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칠레 시장에 수출하는 '코란도 스포츠' 등 3개 차량을 생산한다.
86만m 부지에 2개의 차체공장과 3개의 조립라인으로 구성된 평택공장에서는 쌍용차의 브랜드의 모든 라인업이 생산된다. |
즉, 1개의 라인에서 3종류의 차량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마다 별도의 생산라인을 필요로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조립 3라인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외에도 공정작업을 마친 다수의 'G4 렉스턴'이 막바지 전수검사와 주행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의 흥행도 쌍용차의 변화 바람에 힘을 보탰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는 출시한 지 4개월여 만에 2만 대 이상의 판매 계약을 달성했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상무)은 "'렉스턴 스포츠'는 백오더(주문 대비 부족한 생산 물량)만 1만 대에 달해 현재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고객들이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86만m 부지에 2개의 차체공장과 3개의 조립라인으로 구성된 평택공장은 연간 약 2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 '코란도 스포츠'(수출용), '티볼리', '티볼리 에어', '코란도 투리스모' 등 쌍용차의 브랜드의 모든 라인업이 이곳에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