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GSK 한국법인이 수 년째 높은 배당성향을 이어가며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줄리엔 샘슨 한국GSK 신임 사장. /GSK 홈페이지 갈무리 |
배당잔치 벌인 GSK, 국내 투자는 뒷전...국부유출 논란 일어
[더팩트|고은결 기자] '돈은 국내에서 벌고 순이익 대부분 해외 본사로...'
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스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이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GSK 한국법인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반면 국내 기부금 규모는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돈은 한국에서 벌었지만 대부분 순이익이 한국에 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갔다는 얘기다.
GSK한국법인이 한국시장에서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국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외국계 제약사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SK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70%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 매출은 3004억 원, 영업손실은 47억 원, 당기순이익은 8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당기순이익의 갑절 수준인 150억 원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다. 이 회사는 2016년에도 378%의 배당성향을 기록했으며 당시에는 500억 원을 본사로 보냈다.
한국GSK는 현재 글락소 그룹과 스티펠이 각각 95.2%, 4.98%의 지분을 보유했다. 대부분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다.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한 다국적 제약사는 한국GSK 뿐만이 아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배당성향이 168.65%, 한국애보트는 135.27%를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배당성향은 주주친화정책을 넘어선 국부유출 수준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보통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20% 전후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일동제약이 지난해 39.56%로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고 국내 제약사 매출 1위 유한양행의 배당성향은 19.64%로 집계됐다.
한국GSK의 지난해 국내 기부 금액이 6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도 2016년 0.34%에서 0.22%로 감소했다. /GSK 홈페이지 갈무리 |
◆'다국적 제약사의 두 얼굴'? 본사 배불리기 적극-국내 시장은 '나몰라라'
다국적 제약사이 '배당 잔치'를 통해 '본사 챙기기'에 나선 가운데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국내 시장에서 기부 활동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비판이다.
한국GSK는 지난해 기부금이 약 6억7100만 원으로 전년(10억1600만 원)과 비교해 3억4000만 원 이상 줄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 또한 2016년 0.34%에서 지난해 0.22%로 감소했다. 10억 원대 기부금이 6억 원대로 떨어진 것은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회공헌 기부금액이 증가 추세라고 하지만 0.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PRIA)에 따르면 국내 26개 글로벌 제약사의 기부금을 포함한 사회공헌활동금액은 지난해 약 2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비중도 0.47%에서 0.48%로 소폭 상승했다. KRPIA은 각 제약사 기부 금액 외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소요된 금액도 합산했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에 대한 기여도가 대폭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주요 다국적 제약사의 재고약 반품 비협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0일 재고의약품 반품에 비협조적인 제약사 명단을 발표했는데 10곳 모두 다국적 제약사였다. 제약사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으면 재고 처리는 약사 개인에 돌아간다. 결국 다국적 제약사의 비협조적 행태는 국내 약국가와의 상생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를 향한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들 회사가 높은 복리후생 등으로 외부에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측면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국GSK는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한 '2018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외국 제약사 산업부문 1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순이익을 넘는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는 것이 계속되면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투자는 소홀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