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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언제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인가
입력: 2018.04.26 05:00 / 수정: 2018.04.26 05:00

고용노동부가 최근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일반에 공개하라는  요구를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더팩트DB
고용노동부가 최근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일반에 공개하라는 요구를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더팩트DB

정부가 민간부문 개입하는 메커니즘 시장 왜곡...시장실패는 정부실패로 이어질 수도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역사의 시계추를 226년 전으로 돌려보자.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대혁명의 전운이 감돌았다. 계급 불평등, 귀족 계급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 시민의 궁핍한 삶으로 점철된 프랑스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국민의 절망 속에 혁명의 씨가 자라고 있었다. 이때 프랑스 국민의 염원을 등에 업은 혁명가가 등장한다. 막시밀리앵 드 로베스피에르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792년 8월 시민봉기를 이끌어 왕정 폐지와 공화정 수립이라는 정치적 변곡점을 일궈냈다.

로베스피에르는 권력을 잡은 후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생필품 가격을 거의 대부분 통제했다. 국민은 포퓰리스트인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뿐이었다. 로베스피에르 의도와는 달리 생필품 가격은 폭등해 서민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국민적 열광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고 로베스피에르는 결국 단두대로 끌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국민적 영웅이 원수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로베스피에르가 혁명을 이끈 것은 그 나름의 역사적 평가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시장(市場)에 손을 대는 순간 영예는 굴욕으로 돌변했다. 이른바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market intervention)은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시계추를 다시 현실로 돌려놓자. 최근 정부 부처가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일반에 공개하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문제에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던 반도체 제조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용부의 ‘자해(自害)’행위에 자칫 중국 등 반도체 후발업체는 쾌재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고용부의 그릇된 ‘시장개입’이 해외 경쟁업체에 이득을 주는 ‘루비콘 강’을 건널 뻔 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와 법원이 고용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일 정부 부처의 그릇된 판단으로 한국의 첨단기술이 해외로 넘어갔다면 이적(利敵)행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이 경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제4차산업혁명의 파고(波高)가 거센 가운데 국내기업이 첨단기술과 지식재산을 보호해주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이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미국이 지난해 5월 기업의 영업비밀 방어법(DTSA), 유럽연합(EU)이 영업비밀지침(TSD)을 법으로 만드는 등 선진국은 기업의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뒷걸음이다.

포스코와 KT를 둘러싼 잡음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두 업체는 공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각각 민영화됐다. 다시 말해 지금은 정부가 아닌 주주가 주인인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외국인 지분이 50% 내외다. 경영진 교체도 정부가 아닌 주주의 몫이다.

그러나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 임명과 교체는 정부 입김이 늘 작용하는 형국이다. 정부 지분이 하나 없는 포스코와 KT가 정치에 휘둘리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민영기업인 포스코와 KT 총수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일 수 없다. 정치권이 기업에 기웃거리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왜곡된 시장 개입이다.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는 현 정부가 적폐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정부가 민간부문에 개입하는 메커니즘은 시장을 왜곡해 시장실패(market failure)는 물론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애덤스미스연구소 창시자이자 소장인 에이먼 박사가 그의 저서 ‘공공선택론 입문’에서 “시장개입은 정부실패의 지름길이며 시장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부실패”라고 설파한 대목은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을 펼칠 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것은 무시하는 것은 외부와의 교류보다는 그릇된 집단사고에 매몰되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도그마에 빠져 현실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가는 퇴행적 행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사가 이미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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