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5G 주파수 경매 최저 낙찰가를 놓고 이동통신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성락 기자 |
이동통신사, 5G 주파수 경매 경쟁 치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승자의 저주'는 이미 현실화된 것일까.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주파수 경매의 최저 낙찰가가 높게 책정된 데다 '총량 제한'을 놓고 이동통신사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최종 낙찰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현재로선 타개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들은 '총량 제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5G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내고 6월 중순쯤 주파수 경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최저 낙찰가를 놓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5G 주파수 경매 방안'에 따르면 경매 대상인 3.5㎓ 대역과 28㎓ 대역의 최저 낙찰가는 각각 2조6544억 원, 6216억 원. 이동통신사들은 3조2760억 원인 경매 시작가를 놓고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경매에 이기더라도 타격을 입는 '승자의 저주'가 이미 모든 이동통신사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높게 책정된 최저 낙찰가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 사례(1㎒ 당 3억 원)와 비교해 31배 비싼 수준"이라며 "향후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주파수 경매 최저 낙찰가에 대해 많은 전문가, 시민들과 의논을 거쳐 책정한 '적정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조3000억 원대 수준인 가격을 2조 원대로 낮추더라도 기업은 비싸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5G 핵심 주파수인 3.5㎓ 대역 '총량 제한'을 놓고 임형도 SK텔레콤 상무(왼쪽부터), 김순용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가 설전을 벌이는 모습. /이성락 기자 |
'높은 경매 가격'뿐만 아니라 이번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승자의 저주'가 벌써 예상되는 이유는 '총량 제한'을 놓고 이동통신사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3.5㎓ 대역 280㎒ 폭을 어떤 이동통신사가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특정 이동통신사가 자금력을 동원해 주파수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매 총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280㎒ 중 100㎒, 110㎒, 120㎒ 등 3가지 총량 제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이중에서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트래픽 수용량을 이유로 120㎒ 이상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모든 사업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최대 100㎒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효율성을,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성을 앞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동통신사들은 총량 제한 방안에 대해 "아직 예측할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총량 100㎒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20㎒로 설정한다면 160㎒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 두 회사의 '출혈'이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량 제한을) 120㎒로 정하면 남은 주파수가 얼마 없기 때문에 '5G 서비스 품질'을 위해서라도 (KT와 LG유플러스는) 베팅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총량 제한을) 100㎒로 정하면 180㎒가 남기 때문에 그나마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쉽게 예상할 순 없지만, 총량 제한에 따라 베팅액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총량 제한 자체가 한 사업자에 대해 '승자의 저주'를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다른 이동통신사와 비슷하게 부여받은 주파수로 가장 많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5G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추가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경매가보다 추후 발생할 비용이 '저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