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사장이 부친인 고 이수영 OCI 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을 증여받아 1100억 원에 육박하는 증여세를 어떻게 납부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
‘세금 1093억 낼 현금 없고 경영권도 방어해야 하고'…'고민의 늪’ 빠져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이우현 OCI 사장이 부친인 고(故) 이수영 OCI 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을 증여받았다. 사실상 후계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식을 증여받은 이우현 사장은 1100억 원대에 육박하는 막대한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은 보유 주식 260만4921주 가운데 장남인 이 사장에게 133만9674주를 상속했다. 아내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은 48만3771주, 딸 이지현 OCI미술관 관장은 78만1476주를 상속했다.
반면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는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넥솔론은 66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넥솔론 연대보증인인 이 대표가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 지분이 넥솔론 채권자 몫으로 귀속될 수 있다.
상속을 통해 이 사장은 OCI 주식 145만9925주(지분율 6.12%)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증여세로 대략 1100억 원을 당국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 사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26조에 따른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30억 원을 초과하는 증여는 30억 원을 넘는 금액의 50%에 10억4000만 원을 더한 금액을 증여세로 산출한다. 이 사장은 133만9674주를 증여받았다. 증여일(13일) 종가는 주당 16만 4000원이다. 총 증여 규모는 2197억 원이다. 증여세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 2167억 원의 50%인 1083억5000만 원에 10억4000만 원을 더한 1093억9000만 원이 된다.
이 사장의 증여세는 10년 이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 사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1100억 원 정도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재벌들의 증여세 납부는 주식물납보다 현금 납부를 선호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으로 납부하면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물납을 꺼린다. OCI의 경우 오너 지배 지분율이 높지 않아 현금 납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회사 지분율은 6.12%로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5.40%)의 지분율과 격차가 크지 않다.
OCI 측은 이우현 사장의 상속세에 대해 "개인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팩트 DB |
문제는 이 사장이 상속세를 낼 현금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재벌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자녀가 대표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OCI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OCI 한 곳뿐이다.
현재 이 사장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는 배당과 급여 정도다. 이 사장은 지난해 15억 원의 급여를 받았고 OCI는 2017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9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대기업들은 현금 확보 창구로 주식담보대출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이 사장이 이 방법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은 각종 규제와 제한이 있지만 주식담보대출은 규제가 거의 없다. 특히 주식담보대출을 받아도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고 손쉽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주식의 변동성 때문에 담보 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한다. 1만 원짜리 주식의 경우 6000~7000원 정도를 가치로 인정한다. OCI의 23일 종가는 주당 16만6500원이다.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 145만9925주의 시세는 2430억 원가량이다. 금융사에서 해당 주식 가치를 70% 인정한다고 가정하면 이 사장은 1701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주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로 볼 수 있다. 다만 담보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 금융 관계자는 "대주주 보유 주식의 담보 비율이 높을수록 회사 재무상태 악화와 같은 위기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무 상황이 불안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이런 심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OCI 관계자는 "대주주의 증여세 납부는 개인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