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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한예슬 집도의 "나도 가시방석"…'환자 불평등' 질문에 즉답 피해
입력: 2018.04.24 14:56 / 수정: 2018.04.24 15:11
배우 한예슬의 지방종 제거 수술을 집도한 이지현 차병원 교수는 24일 기자에게 병원에서는 (의료사고 상처의 추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한 씨는 이 교수 측이 연결한 화상전문재생병원에서 통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역삼동=고은결 기자
배우 한예슬의 지방종 제거 수술을 집도한 이지현 차병원 교수는 24일 기자에게 "병원에서는 (의료사고 상처의 추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한 씨는 이 교수 측이 연결한 화상전문재생병원에서 통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역삼동=고은결 기자

이지현 차병원 교수 "치료는 시간 걸릴 수밖에 없어…최선 다 할터"

[더팩트|역삼동=고은결 기자] "의료사고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제 마음도 가시방석입니다.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24일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이지현 차병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배우 한예슬의 지방종 제거 수술을 집도한 당사자다. 한 씨는 지난 20일 지방종 제거 수술 중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차병원 측은 빠르게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 논의에 나섰다. 이 교수 또한 22일 한 씨에게 직접 사과하며 과실을 인정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외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이번 사고 파장에 따른 지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밝혔 듯 (한 씨 상처는)상처 해결을 노력하는 과정에서 악화된 것"이라며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특히 한 씨의 상처 치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처가 나아지는 기간을 생방송하듯이 얘기하면 (병원 측도)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는데 내 마음도 가시방석"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일반 환자가 한 씨와 같은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도 이번과 같이 신속한 대응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사고)배상은 내 소관이 아니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 교수는 "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번 사건이 외국에도 알려졌다. (더 이상 답변하지 않는 것을)양해해달라"며 빠른 걸음으로 병동을 빠져나갔다. 약 15분 후 병동에 다시 들어온 이 교수는 기자를 피해 개인 진료실로 들어갔다. 병원 측은 이 교수와의 대면 인터뷰 대신 병원 측에 질문사항을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한 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료사고에 따른 상처 사진을 공개하며 "병원에서는 보상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지현 교수는 22일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박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직접 사과했다. 한 씨는 23일 더욱 악화된 듯한 상태의 상처 사진을 올렸고 같은 날 병원 측은 거듭 사과하며 확실한 추후 관리를 약속했다. 현재 한 씨는 이 교수 측이 도움을 요청한 화상전문재생병원에 통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차병원의 한예슬 의료사고 파장이 일반인 환자에 대한 불평등 논란으로 번졌다. 사진은 24일 오전 강남 차병원 외과 진료실 전경.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역삼동=고은결 기자
강남 차병원의 '한예슬 의료사고' 파장이 일반인 환자에 대한 불평등 논란으로 번졌다. 사진은 24일 오전 강남 차병원 외과 진료실 전경.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역삼동=고은결 기자

◆'한예슬 의료사고' 진짜 후폭풍…환자들 "내가 사고 당했어도 사과했을까"

병원 측은 한 씨에 신속하게 사과하며 보상 논의에 들어갈 것을 밝혔지만 이번 의료사고로 불거진 '환자 불평등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도 적절한 보상과 속시원한 답변이 돌아올 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차병원에서 만난 이들 또한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외과 진료실 앞 소파에 앉아있던 한 50대 여성은 스마트폰으로 차병원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사를 읽고 있었다. 진료를 받으러 온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이 보호자는 '한예슬 의료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내 가족이 (지방종 제거)수술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한 임산부는 "줄곧 차병원을 다녀왔는데 갑자기 병원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전에 근종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만족했기 때문에 계속 다닐 것"이라면서도 "(한예슬 의료사고가)워낙 충격적이어서 사고에 대한 불안함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차병원 본관 앞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연예인과 일반인에 대한 대처가 같을 것 같지 않다. 한예슬이니까 화제가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부분 의료사고는 병원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이번 한 씨의 경우는 환자의 의료사고 주장 3일 만에 병원 측과 집도의가 직접 나서 사과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같은 태도였을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인식이 확산되며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법 제정 및 제도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씨 의료사고와 관련한 국민 청원이 10건 게재됐다.

이 가운데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부탁드립니다'는 게시글의 작성자는 자신 가족도 같은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했다면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해당 작성자는 "소액사건이라도 환자의 신체 감정 등 절차가 복잡한데 피해자 대응은 너무나 어렵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우 한예슬의 수술을 집도한 교수와 병원 측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병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함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환자가 이같은 사고를 당해도 병원 측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역삼동=고은결 기자
배우 한예슬의 수술을 집도한 교수와 병원 측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병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함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환자가 이같은 사고를 당해도 병원 측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역삼동=고은결 기자

다만 병원 측은 의료사고로 인한 여파는 없다면서 표정관리에 돌입한 모습이었다. 이날 외과 진료실 근처에서 만난 한 병원 직원은 "한예슬 의료사고는 최근 사건이고 차병원은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로 인한 환자 감소 등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병원 측 대응을 보고 '불평등하다'고 문제 제기를 한 환자는 없느냐고 묻자 "그런 민원 사례는 없다"고 선그었다. 차병원 홍보실은 "통상적으로 과실여부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환자에 따라 의료과실 여부의 판단이나 사과를 지연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가 의료계 'VIP 신드롬'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2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환자에게 더 잘 해주려다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것. 병원에서 종종 발생하는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며 "한예슬이 겪은 것은 의료사고가 맞다"고 설명했다. 노 원장은 다만 "(수술을 위한)좋은 의도가 결과의 책임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선한 의도는 인정받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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