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조리 식품인 밀키트가 차세대 가정간편식으로 떠오른 가운데 유통 업계가 시장 공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백화점 업계 최초로 밀키트 브랜드 ‘셰프박스’를 출시한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제공 |
가정간편식 시장 지난해 3조 원 돌파…연평균 17%씩 성장
[더팩트│황원영 기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지난해 3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반조리 식품 ‘밀키트(Meal Kit)’가 유망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레시피(요리법)로 구성된 반조리 식품이다. 주부들이 장을 보고 식재료를 손질하는 번거로움 없이 요리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바로 먹거나 데우기만 하는 일반 가정간편식과 달리 밀키트는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는 2012년 미국 ‘블루에이프런’이라는 스타트업이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밀키트 배송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마국의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7000억 원 수준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미국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근 5년간 HMR 시장이 연평균 17%씩 성장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
◆ 밀키트, 유통업계 ‘블루칩’으로 떠올라
밀키트가 차세대 HMR로 새롭게 떠오르자 식품업계는 물론 백화점, 홈쇼핑, 편의점 업계 등도 앞다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브랜드 강화와 메뉴 확대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8일 백화점 업계 최초로 밀키트 브랜드 ‘셰프박스’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자녀 1~2명을 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간편함을 추구하는 고객 못지않게 직접 요리해 가족과 즐기려는 고객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급 식재료와 고급 레스토랑 레시피를 결합하면 점차 커지고 있는 밀키트 시장에서 승산이 충분하고 판단했다.
현대백화점은 자사 식품관에 있는 신선한 식재료와 강남 유명 레스토랑 셰프의 레시피를 활용해 밀키트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홍정란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상무)는 “고급 식재료를 앞세운 가정 간편식을 꾸준히 선보여 고객에게 새로운 식(食)문화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출시한 밀키트 셰프박스는 유명 셰프 이송희 씨와 손잡았다. 현대백화점이 채소·고기·생선·장류 등 전국 팔도(八道) 특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하고 레스토랑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레시피를 개발해 별도 준비과정 없이 조리할 수 있게 제작했다. 가격은 2인분에 1만3200원~2만500원으로 경쟁제품보다 5~10% 가량 비싸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고급 레스토랑 레시피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지난해 3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달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잇츠온(EATS ON)’으로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 제공 |
지난해 9월 ‘잇츠온(EATS ON)’으로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한국야쿠르트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잇츠온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배송비 등 별도 금액을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뿐만 아니라 평소 음식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이 가족을 위한 특별 요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내놨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밀키트 대표 제품 ‘프라임스테이크’는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2월에 2억 원 이상 판매됐다. 3월 기준 밀키트 제품 누적 매출은 45억 원에 달한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잇츠온을 출시한 이후 약 3개월간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판매금액이 3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이사는 "올해에도 밀키트 열풍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집에서도 세계 각국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밀키트 제품을 다양화해 간편식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을 선보인 GS리테일도 밀키트 시장에서 순항중이다. 올해 2월 기준 심플리쿡 누적 판매개수는 2만여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판매량은 500개를 넘어섰다.
심플리쿡은 전날 오후 10시까지 주문을 끝낸 제품에 대해 다음 날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배송되는 서비스다. GS리테일 온라인 쇼핑몰 GS 프레시와 종팝 푸드 플랫폼 스타트업 '해먹남녀'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1월 GS샵 온라인·모바일몰로 판매 채널을 넓혔다. 심플리쿡은 또 GS25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에서 주문한 후 고객이 원하는 GS25점포(수도권 한정)에서 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전국에 걸친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판매 채널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지만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향후 판매채널이 확대되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면 판매량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2년 안에 출시 초기 대비 100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 밀키트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이 밖에 NS몰은 지난 9일 위니푸드와 손잡고 밀키트 ‘10분 레시피’를 내놨다. ‘10분 레시피’는 씻고 다듬고 썰고 양념할 필요 없이 레시피 그대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슬로우 푸드’다. 동원홈푸드는 온라인 반찬 마켓 ‘더반찬’을 통해 10여 종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