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센터 사옥에서는 국민체조가 오전 8시 30분 부터 시작된다. /더팩트 DB |
"체조로 직원 건강·업무 효율성 챙긴다"…체조 위한 조기출근에 불만 나와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오전 9시, 대다수 회사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8시 30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바로 '국민체조' 음악이다. DB손해보험 직원들은 오전 업무 시작 전 국민체조 구령에 맞춰 가볍게 몸을 푼다.
DB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선릉 DB금융 사옥의 아침은 층마다 사뭇 다른 분위기다. 5층 DB생명보험의 아침은 조용하지만 4층에 있는 DB손보는 체조로 아침을 연다.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출근 시간이 9시지만 대부분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8시 30분부터 간단한 체조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잠깐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어 다들 체조에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DB손보 외에도 체조로 아침을 시작하는 회사들은 더 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다. 현대해상에서는 사내방송으로 직원들에게 4~5분간 스트레칭을 하도록 권유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스트레칭과 계단 걷기를 권장하는 등 직원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간단한 일이라 크게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삼성화재 본사에서도 업무 시작 전인 8시 40분경 스트레칭 방송이 나온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무래도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 직원들에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차원에서 스트레칭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접 현장을 누벼야 하는 설계사들은 지점별로 국민체조 등 간단한 체조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 손보사 메리츠화재보험도 오전에 스트레칭 시간이 있다. 이쯤 되니 '출근 전 체조'는 손해보험사들의 독특한 아침 풍경이라 할 만도 하다. '건강'이 중요한 가치인 보험사답게 직원 건강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서도 아침마다 직원들의 체력증진을 위해 스트레칭을 권장하고 있다. /더팩트 DB |
다만 이런 '체조'들이 근무시간 전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출근 시간보다 많게는 30분 정도 이른 시간에 체조를 시작해 출근 시간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체조에 대해 강제적 의미는 없고 자율성이 부여된다고 하지만 사내 분위기상 체조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함께 체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행정 법령 해석에 따르면 작업준비 및 정리에 필요한 시간, 작업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 교대시간, 조회-체조 시간 등 부속되는 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아닌지는 이 시간이 사용자의 지휘, 명령하에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사내 규정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체조 탓에 일찍 나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어쩔 수 없다.
직장인 박 씨는 "아침에 회사에서 체조를 하면 출근길 피로를 풀수 있어 기분 전환도 되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체조를 하기 위해 출근 시간이 앞당겨지는 것보다는 체조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씨도 "출근 시간 전보다는 업무시간 중간에 잠깐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