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잘못된 배당주식 매도로 인한 '유령주식' 파문이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더팩트 DB |
금융위, 전 증권사 주식거래 시스템 일제 점검
[더팩트│황원영 기자] 삼성증권이 배당착오로 112조 원에 달하는 이른바 '유령주식'을 배당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으로 시장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도 일었다. 삼성증권의 시스템을 규제하고 공매도를 금지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틀 만에 약 15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업계 전체의 주식거래 시스템을 일제히 점검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 금융위 "삼성증권 특별점검 실시…엄중 책임 물을 것"
금융위원회(금융위)는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금감원), 한국거래소가 공조해 대량매도 계좌에 대한 연계거래 등 시장교란행위 및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9일부터는 삼성증권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삼성증권이 주식 보유 없이 우리사주 개인계좌로 주식배당처리가 가능했던 경위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뤄진 경위를 집중 파악할 방침이다. 사고처리 결과와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문제를 철저히 가려 위법사항 관련 시 엄중 책임도 묻는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법적인 차원의 제제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증권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돼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공조해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 전산실수로 유령주식 유통…직원들 확인 않고 팔아
앞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유령 주식’을 배당했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들 계좌에는 112조 원에 달하는 주식이 입고됐다. 우리사주 배당금을 1주당 1000원씩 입금해야 하는데 1000주로 잘못 입력해 벌어진 사고였다.
이번 사고로 지급된 자사주는 모두 112조6000억 원(28억3000만주)으로 삼성증권 시가총액인 3조4000억여 원의 33배가 넘는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은 8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로 당시 지급된 자사주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었다.
자사주를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한 명당 수백억 원대의 주식이 계좌로 들어오자 501만2000주를 발 빠르게 팔아치웠다. 직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삼성증권 계좌에서 물량이 쏟아졌고 오전 한 때 주가가 11%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급락할 때 작동하는 변동성완화장치도 7차례가 발동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지 3일 만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공지하고 "배당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직원이 매도해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금지하고 삼성증권의 시스템을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지난 6일 청와대에 제안했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은 8일 오후 기준 15만명 가량이 참여했다. 이틀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또는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한 기준인원 20만명의 75%가 채워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8일 오후 기준 15만명 가량이 서명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캡처 |
◆ 허점 드러난 증시 시스템…시장 혼란·불신 가중
보통 주식을 발행할 때는 삼성증권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실물 인쇄 후 한국예탁결제원 등록을 거쳐 이뤄진다. 상장 예정 주식은 상장 이틀 전에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 금지돼 있다.
삼성증권은 주식 발행 과정도 없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우리사주 개인 계좌로 배당 처리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언제든지 만들어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삼성증권이 28억주를 배당할 때 시스템 상 경고메시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는 다른 증권사에서도 배당착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것을 두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들이 배당 착오를 알면서도 급히 매도하면서 주식 시장에 혼란과 불신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2012년 11월에도 무차입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으로 당시 최고 수준인 5000만 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당시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는데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삼성증권은 물론 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