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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마음 푹 놓고 일합니다"…'워킹맘' 껴안은 제약사들
입력: 2018.04.06 06:00 / 수정: 2018.04.06 06:00
원아들이 대웅제약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에서 보육교사 지도를 받으며  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리틀베어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사내 보육시설이다. /삼성동=고은결 기자
원아들이 대웅제약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에서 보육교사 지도를 받으며 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리틀베어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사내 보육시설이다. /삼성동=고은결 기자

사내 어린이집·수유실 운영...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더팩트|삼성동=고은결 기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 5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대웅제약 본관 부근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탄 직원들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샛노란 어린이집 가방을 멘 유아들은 엄마아빠 품에 안겨 졸린 눈을 비비며 대웅제약 '리틀베어'로 들어갔다. 리틀베어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사내 어린이집이다. 이곳은 삼성동 사옥 부근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잡았다. 이 곳은 생후 6개월부터 만 5세까지의 원아들을 받고 있다.

이날 리틀베어에 자녀를 맡긴 한 직원은 "어린이집이 회사 가까이 있다보니 안심하고 일하게 된다"면서 "아이 수 대비 교사 수가 많아 주변에서 자주 거론되는 '교사 스트레스'를 겪을 일도 없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내 어린이집의 최대 장점은 직장과의 근접성이다. 이에 따라 모집 시기에는 개월 수가 가장 낮은 '영아반'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이 곳은 사내(社內) 롤모델로 부상해 다른 제약사에서 견학차 방문을 오기도 했다.

5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사옥 내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에 한 직원이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다. /삼성동=고은결 기자
5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사옥 내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에 한 직원이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다. /삼성동=고은결 기자

원아들은 오전 9시가 되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먹었다. 간식은 영양사 검수를 거쳐 안전하다. 이들은 간식을 먹고 9시 반부터 여러 교사의 지도를 받아 물건 만들기를 하거나 책 읽는 놀이 활동을 했다. 김현정 대웅 리틀베어 원장은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자녀가 있고 전문적인 육아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학부모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리틀베어는 433.6㎡(약 131평) 규모의 공간에 아동학·유아교육학을 전공한 전문 교사진 10명이 원아 약 30명을 돌본다.

부모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도 있다. 원아 부모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보육교사가 돼서 아이들을 돌보는 '다소니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녀 어린이집 생활을 가까에서 확인할 수 있고 육아 노하우도 체득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다.

어떤 면에서는 회사 동료끼리 서로의 자녀를 돌보는 '공동 육아' 개념이기도 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리틀베어는 여직원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면서 "부모들이 이곳에 자녀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고 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체험활동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여직원들을 위한 수유실과 여성휴게실 등을 운중이다.  사진은 한미약품 내 여성휴게실.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여직원들을 위한 수유실과 여성휴게실 등을 운중이다. 사진은 한미약품 내 여성휴게실. /한미약품 제공

◆ "경력 단절은 회사 손실"…달라지는 제약업계

여성의 사회활동은 활발해지고 있지만 '워킹맘' 속앓이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워킹맘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 활동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이다. 이들은 일하는 여성이지만 가사·육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맞벌이 부부는 늘었지만 '아이를 돌보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은 여성들 어깨를 짓누르며 경력 단절, 저출산 현상 심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에 착안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려는 제약사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워킹맘과 여직원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임신, 육아에 대한 부담을 회사가 덜어줘 여성 인력 손실을 막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여성전용 휴게실·수유실을 운영중이다. 또한 출산·육아 휴직 제도를 적극 장려하고 탄력근무제를 시행해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지원한다. 이 업체는 또 남성들이 대다수인 제약영업(MR) 부문에서도 여성 채용인원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본사와 연구센터에 근무하는 여성 임직원이 회사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육아제도를 장려하는 것은 물론 탄력근무제 시행, 수유실 운영 등을 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유한양행은 수유실을 별도 운영 중이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을 위한 탄력근무제를 실시중이다. 종근당은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해 여성 근로자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사내 보육시설 'GC 차일드케어 센터'의 문을 열었다. JW중외그룹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한다. 동아제약도 모유방 및 생리휴가 유급제도 등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가족친화 경영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동아쏘시오그룹은 가족 간 소통 프로그램 '패밀리&캐주얼데이'를 운영한다. 임직원들은 매달 셋째 주 금요일 1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매년 열리는 '피닉스 캠프'도 직원·자녀 간 소통 창구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동아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했다. 일동제약도 직원 자녀들을 초청해 본사와 중앙연구소를 견학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통해 여성들의 안타까운 경력 단절을 막고 바닥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 사망 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해 태어난 아이는 처음으로 4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15~49세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1.05명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친화적 제도,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을 확대해 여직원이 더욱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된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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