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SK텔레콤 인공지능(AI)리서치센터장이 4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열린 '뉴(New) 정보통신기술(ICT) 포럼'에 참석해 AI 미래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을지로=이성락 기자 |
'시리' 개발한 김윤 AI리서치센터장 "인간 중심 AI 기술 개발하겠다"
[더팩트ㅣ을지로=이성락 기자] SK텔레콤이 생각하는 인공지능(AI)의 미래상은 어떨까.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AI리서치센터를 신설하고 AI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방향은 꽤 뚜렷하다. '인간'을 보고 간다. SK텔레콤은 'AI'와 '인간'이 함께 진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SK텔레콤은 4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 SK텔레콤 기자실에서 '뉴(New) 정보통신기술(ICT) 포럼'을 열고 AI 미래상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2월 AI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된 김윤 센터장이 참석했다. 김 센터장은 애플 음성인식 개발팀장과 AI 스피커 '홈팟'의 '시리' 개발총괄을 역임한 머신러닝 전문가다.
초대 AI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한 지 약 6주 만에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선 김 센터장은 "AI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AI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일이더라도 제대로 수행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면 그게 더 스마트한 AI"라며 "향후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은 직업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 또한 반대라고 생각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센터장은 AI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성장 과정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는 결국 인간이 훈련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인간 중심의 AI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센터장은 "일부 AI는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로 인식한다. 굉장히 잘못된 부분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간의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AI가 가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AI리서치센터는 이런 기술 개발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인공지능에 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고경영자 직속 AI리서치센터를 신설했다. /더팩트 DB |
애플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러한 자신의 기조와 회사의 방침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SK텔레콤이 통신 사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 자산과 인간 중심의 경영 철학이 매력적이었다"며 "SK텔레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SK텔레콤의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그와 AI리서치센터 직원들의 생각은 향후 SK텔레콤이 내놓을 AI 기술 및 서비스로 구현된다. 이날 김 센터장은 앞으로 어떤 AI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간의 패턴을 바꾸는 기술, 인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라고만 했다.
김 센터장은 인간 중심의 AI 개발을 위해서는 인재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해 잘 몰라도 인간의 가치 구현을 이해하는 능력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30여 명 수준인 인력을 연말까지 두 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센터장은 향후 SK텔레콤 AI 전략에 대해 "AI를 한자로 풀이한 '인·공·지·능(人工知能)' 4개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풀이하면 인간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인재를 영입한 뒤 기술을 고도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이다.
AI리서치센터가 AI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데 힘이 되는 부분은 SK텔레콤의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다. 김 센터장은 2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에게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중심의 AI 기술을 개발, 이를 어떤 사업에 적용할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SK텔레콤의 데이터는 양뿐만 아니라 종류, 다양성, 퀄리티 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 센터장은 한국의 AI 기술 수준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나 상용화 수준은 그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AI 트렌드는 급변한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