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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최흥식·박인규, '채용 비리' 의혹에 물러난 수장들…금융권 '전전긍긍'
입력: 2018.03.30 12:01 / 수정: 2018.03.30 12:01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그룹 회장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그룹 회장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금융권에 '채용 비리'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금융권 수장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사들의 부담감이 커질 전망이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행장직 사퇴를 전하며 상반기 중에 회장 거취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안 돼 내린 결정이다.

박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는 비자금 조성과 은행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부정적인 여론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30억 원가량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해 9월부터 검찰 수사가 진행돼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용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자 업계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구은행은 2016년 은행 임직원과 관련된 3명의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높여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이달 12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팩트 DB
채용 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이달 12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팩트 DB

'채용 비리'에 따른 금융권 수장의 사임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금융권 채용 비리 사태가 시작된 우리은행도 수장 공백을 겪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1월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도 안 돼 자진 사임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12일 '채용 비리'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13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아 있는 금융권 수장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금감원 조사로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된 곳은 하나은행(13건), 국민·대구은행이(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남성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정황이 발견되면서 '성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금감원 조사에서 가장 많은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노조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이 조카와 친동생 채용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와 김 회장의 사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으로 최 전 원장의 사임이 이어졌던 만큼 금융 당국의 조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하나은행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하겠다"며 "검사 인력, 검사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확실히 조사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채용 비리가 사실상 CEO 사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레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용 비리 파장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금융업계가 긴장한 상태"라며 "수장 사임까지 이어진 만큼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사 CEO들도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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