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전 직원 투표와 노조대표단의 대화를 촉구했다. /여의도=서민지 기자 |
산업은행,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전 직원 찬반투표' 요청
[더팩트ㅣ여의도=서민지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미 외부자본 유치에 합의했다며, 노조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특히 오는 30일까지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 절차가 중단된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26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권단과 더블스타 측의 노력에도 정해진 기일 내에 노사자구안 합의와 더블스타 투자유치에 대한 노조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 절차가 중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협약 절차 중단 시 채권만기 연장 등 채권단 지원방안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해 대규모 연체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23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구두 합의를 통해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용하기로 했다. 자구계획의 조속한 합의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정채(노조·회사·노사정위원회·산업은행) 공동선언문을 오는 26~27일까지 발표하고, 29~30일까지 전 직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도 23일 노조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차이 회장은 독립 경영 보장, 금호타이어와 더블스타의 공동협력 발전, 고용 유지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24일 "국내 건실한 기업이 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매각 조건과 동일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 철회를 주장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25일 노조에게 공동선언문을 보내고, 최종 의견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
이 회장은 노조의 태도 변화에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구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노조가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동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면서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제3자 인수 가능성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으며, 인수 주체가 등장할지라도 시한 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인수 기업은 실체가 없다. 이미 늦은 시점에 확인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 해서 지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30일이 마지막 시한이며, 이를 지나서 인수 주체가 확인돼도 달라질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 외자유치 반대 입장이 금호타이어 전체 구성원의 의견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노조 대표와 노조원을 넘어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싶은 것"이라며 "직원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된다고 해도 법적 효력이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직원들 다수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측은 금호타이어 노조에 유인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더블스타 자본 유치 시 직원의 동기 부여와 노사 간 상생 발전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또는 개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금호타이어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노조가 스톡옵션 제안에 대해 특별한 의사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회사 이익을 직원들에게 공유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외에도 경영정상화 및 장기 발전 방안을 수립하고, 경영투명성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