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점한 탈모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매년 14% 성장하고 있다. / 더팩트DB |
국내업체 복용·사용 편리한 탈모치료제 내놔 다국업체에 도전장
[더팩트|고은결 기자] '4조원대 탈모약 시장을 잡아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탈모약' 시장을 놓고 토종 제약업체가 다국적 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탈모약 시장은 지난해 말 현재 4조 원대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탈모 관련 산업 규모(8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국내 탈모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해마다 14%씩 성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사로서는 탈모약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국내 탈모 시장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탈모약 개발에 앞다퉈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품 충성도가 높은 탈모 치료제 시장 특성상 '선점 효과'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마케팅 강화와 사용 편의성 개선, 신약 개발 등을 통해 그동안 시장을 독식해온 다국적 업체와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복용·사용의 편의성을 개선한 탈모 치료제를 내놓으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정제 형태의 두타스테리드 제제를 개발했다./JW중외제약 제공 |
◆ 먹고 바르기 더욱 편하게…'차별화'로 승부
국내 제약사 제품 중에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과 동국제약의 '판시딜' 등이 유명하다. 현대약품은 1988년 국내 최초로 미녹시딜을 함유한 마이녹실 제품을 출시해 탈모약 일반의약품(OTC)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국제약은 탈모의 보조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용 기반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후발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JW중외제약은 최근 국내 제약사 최초로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두타스테리드'를 정제 형태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연질캡슐에서 흔히 발생하는 입안, 식도 등에 달라붙는 불편함을 최소화해 환자들이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타스테리드 정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JW중외제약은 또한 현재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피부과 연구팀과 탈모치료제 'CWL080061(코드명)'을 개발 중이다. 회사 측은 신약에 대한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오는 2020년께 임상 실험에 나설 방침이다.
바르는 약의 편의성을 개선하려는 토종업체들도 눈에 띈다. 새로 선보인 제품은 두피에 약을 발랐을 때 약이 줄줄 흐르거나 끈적이는 불편함을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태극제약은 올해 초 두피에 바르기 쉬운 겔(gel) 모양의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 '모바린겔5%'를 출시했다. 미녹시딜(5%)이 주성분인 모바린겔5%는 기존 모바린액 제품의 사용 편의성을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먹는 탈모 보조치료제도 복용의 편리함 때문에 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제약은 최근 먹는 탈모 보조치료제 '카필러스캡슐'을 선보였다. 카필러스 캡슐은 모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이뤄진 약이다.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JW신약의 '로게인폼' 등이 두피와 모낭에 혈액이 잘 흐르게 하는 미녹시딜 성분으로 만든 점과 다르다. 카필러스는 또 모발 필수 영양소가 혈액을 통해 공급돼 탈모의 보조치료에 효과가 있다.
한편 '탈모 완치'를 위한 연구도 첫걸음을 뗐다. 탈모로 고민하는 환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4월 바이오벤처 네오믹스와 탈모치료제를 공동 연구 중이다. 두 회사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네오믹스가 갖고 있는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 평가와 동물실험 등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성 환자는 물론 탈모 환자 연령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며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하는 남성 경구용 탈모 치료제는 물론 병원 방문을 꺼리는 환자들의 수요 증가로 탈모약 시장도 꾸준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