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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신약개발 갈 길 먼데...제약업계 '얼굴마담' 공백 커
입력: 2018.03.24 06:00 / 수정: 2018.03.24 06:00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월 원희목 전 회장이 사임한 이후 비상 회무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월 원희목 전 회장이 사임한 이후 비상 회무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원희목 전 회장 사임 이후 두 달 간 공석…당분간 비상체제 유지

[더팩트|고은결 기자] '4차 산업혁명 활용한 신약 개발의 대장정이 멀기만 한데...'

원희목 전(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사임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 '입' 역할을 해온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달가량 비어 있는 협회장 자리 공백을 속히 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의 당위성을 꾸준히 말해온 '대변자'가 바로 협회장이었기 때문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정희 이사장과 갈원일 회장 직무대행 비상 회무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원희목 전 회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내린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해 지난 1월 자진 사임했다. 윤리위는 원 전 회장이 제18대 국회의원 시절인 2008년,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입법 활동이 제약바이오협회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어 회장 취임이 안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협회는 비상회무 체제를 이끌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흔들림 없이 협회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 '얼굴'인 회장 자리가 여전히 공석인 데 대한 아쉬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협회 존재감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약바이오협회가 조금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제약산업을 국민산업으로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4차산업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협회장 활동이 유독 두드러졌다. 2017년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드라이브가 본격 걸린 원년으로 평가받는다. 우선 제약·바이오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에 포함됐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헬스케어특위가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설치됐고 협회 측은 특위에 제약산업 지원방안에 대해 적극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업계가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업계가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협회는 정책 기대감에 대한 환영은 물론 산업계가 위축될 공산이 있는 대목에는 앞장서서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한 약가 인하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10월 협회 차원에서 발 빠르게 산업계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협회는 원희목 전 회장을 주축으로 이사회를 열고 약가정책 등과 관련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 내용은 "국내 미래핵심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시대적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보를 차치하더라도 회장 공석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올해는 협회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가도에 강한 탄력을 줄 시기이기 때문이다. 산적한 현안을 대응하는 협회의 속도와 강도가 보다 미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강화된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전체 업계가 위축된 가운데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을 위한 대규모 투자 또한 제약사들은 외면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 따라 협회는 올해 혁신형 제약기업과 해외 진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개발 신약 사용을 촉진하는 국공립의료기관 처방의약품목록 우선 등재도 추진한다. 이달부터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추진단을 운영하고 국내 제약사들의 AI 활용 기반 조성에도 나섰다.

이 밖에도 올해 협회 핵심과제는 △윤리경영 확립과 유통 투명성 제고 △신산업 육성정책에 부합하는 보험약가제도 개선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로 연구개발(R&D) 역량 증대 △민·관 협치로 바이오 등 산업 관련 규제 선진화 △국제교류 활성화와 글로벌 진출 촉진 등이다. 협회사 지원 차원을 넘어 전체 산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기 위한 고민이 담긴 과제들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산업계 입장을 강변할 수장 리더십이 강하게 요구되는 배경이다.

다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처럼 회장의 역할이 무거운 만큼 당분간 '신중 모드'를 유지할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산업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능숙한 인물이 협회 새 얼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협회 설립 초기에는 기업 출신 회장이 많았지만 최근 정·관계 출신 회장이 늘었다. 한 예로 원희목 전 회장은 제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제20대 회장을 지낸 이경호 전 회장은 제8대 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비상 업무체제를 유지하자는 이야기는 최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서 정식 안건이 끝난 이후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면서 "협회 내규상 회장은 장관급이어야 하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임자를 찾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대 회장은 총 21명이며 회장 임기는 기본 2년이다. 1번의 연임이 가능하며 특별한 경우 이사장단 의결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한 차례 더 연임할 수 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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