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청와대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셀트리온 공매도 적법절차 준수 여부 조사 청원' 글이 올라온 가운데 셀트리온의 공매도 이슈에 대한 소액주주 불안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셀트리온 제공 |
'공매도-일감 몰아주기 논란-경쟁심화' 등 3대 악재로 서 회장 경영 시험대
[더팩트 | 고은결 기자]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공매도와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장담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여전히 공매도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수 년간 공매도 세력과의 사투를 벌여온 셀트리온은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공매도 논란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코스닥 대표 종목이던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공매도 이슈가 완벽 해소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로서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힘든 대목이다.
여기에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논란,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 상황 등 현안도 수두룩하다. 이에 따라 '바이오벤처 신화'의 주역 서정진(62) 셀트리온 회장의 경영능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2009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79개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아 바이오 벤처 붐을 일으켰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며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를 담당한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셀트리온 공매도 적법절차 준수 여부 조사 청원'에 동의한 이들이 2만명을 넘었다. 청원을 올린 이는 "셀트리온의 공매도는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 성공신화 써내렸지만…'공매도 딱지 떼기 쉽지않네'
"이제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주총장에 깜짝 등장한 그는 "해외 시장에서 내 별명이 '공매도'일 정도로 공매도 투사가 됐다"며 "이제 우리도 성장했으니 다 제자리에 올 것이라 보고 실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셀트리온이 코스닥보다 상대적으로 수급요건이 양호한 코스피로 옮겨가면 공매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편입 전날이었던 지난 8일 하루 간 139만7933주, 총 4850억8190만 원이 공매도 물량으로 쏟아졌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직접 나서 청와대에 공매도 적법성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는 '셀트리온 공매도 적법절차 준수 여부 조사 청원' 글이 게재됐다. 22일 오전 9시 현재까지 2만260여 명이 이에 동의했다. 청원을 올린 소액주주는 "3월 8일 하루 셀트리온에 4550억 원이 넘는 금액이 공매도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는 공매도 잔고가 약 1400억 원, 2위 SK하이닉스는 공매도 잔고가 약 4700억 원, 3위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약 4조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셀트리온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 6년 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엄청난 물량이 공매도로 나오고 하루 거래량의 20~30%를 차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의 공매도는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설립 16주년을 맞은 셀트리온의 '공매도 논란' 역사는 짧지 않다. 공매도로 주가가 뛰지 못한다는 투자자 불만이 거세지자 서 회장은 2012년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코스닥 대장주였던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둥지를 옮겼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또한 뜨거워지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 제공 |
◆일감 규제 이슈·시장 경쟁 치열…'첩첩산중'
셀트리온이 코스피 이전 후에도 공매도와의 악연을 끊어내지 못한 가운데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기업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이 강화되면 사업구조를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오너일가 지분율 20%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 기업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연구개발(R&D) 비용 처리도 고민거리다. 셀트리온은 2016년 기준으로 R&D 비용의 약 75%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회계 처리와 관련, "기업들의 R&D 비용 처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R&D 비용을 자산으로 잡는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는 신약과 달리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 제품 성공 가능성이 확보된 시점부터 연구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하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허가 이전에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이 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치열한 시장도 셀트리온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항암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를 유럽 시장에 먼저 내놓았기 때문이다. 허셉틴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바이오의약품으로, 유럽 현지 시장 규모만 2조5000억 원 수준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판매를 승인받았지만 출시 시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한 발 뒤처지게 됐다. 보통 바이오시밀러는 가장 먼저 출시된 '퍼스트무버' 제품이 글로벌 시장 장악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단속에 나섰다. 그는 이달 초부터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허쥬마를 비롯해 램시마, 트룩시마 등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3품목 오리지널 제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5조 원에 달한 점도 서 회장으로서는 시장 강화를 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의 유럽 순회는 글로벌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23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서정진 선임, 사외이사 김동일·이요셉·이종석·전병훈·조균석·조홍희 선임 ▲감사위원 김동일·이요셉·이종석·조균석·조홍희 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 등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