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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한국투자증권의 감추고 싶은 민낯…'지배구조·내부관리' 구설수
입력: 2018.03.21 05:00 / 수정: 2018.03.21 05:00
한국투자증권이 실적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른쪽 위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이 실적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른쪽 위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더팩트 DB

한국투자금융지주 임추위에 오너 김남구 부회장 포함, '셀프 연임' 가능?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이 지난해 실적에서 증권업계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기분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잇단 잡음으로 내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은 최근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투증권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은 유지돼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한투증권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는 오너인 '동원그룹 2세' 김남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임추위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후보 등을 추천하는 역할로 오너 목소리가 담길 수 있어 사실상 '셀프 연임'이 가능한 구조다.

김남구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지난해 4월 은행지주로 전환했는데 다른 은행지주와 비교했을 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금융 사외이사가 한투증권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사외이사의 자회사 겸직은 문제가 없지만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만큼 한국투자금융 또한 고민이 커졌다. 발표안에는 대주주 적격성심사 제도 합리화, CEO 선임 투명성,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당장 압박을 가하진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한국투자금융을 포함해 지주사에 대한 지배구조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지주의 경우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데 한국투자금융도 이러한 흐름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다른 은행지주와 달리 오너 체제라는 이유로 잣대가 달라지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서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세 차례 제재를 받았다.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서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세 차례 제재를 받았다. /더팩트 DB

한투증권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 관리는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제재를 받았다. 이달만 해도 16일 한투증권 직원 11명이 회사 몰래 주식 등을 거래해 정직과 감봉,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금융투자업 임직원은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자기 명의로 하나의 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소속 회사에 계좌개설 사실을 신고해야 하며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11명 중 8명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상장주식 등을 매매했고 3명은 본인 명의를 이용했지만 회사에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미공개정보 이용,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막아 증권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와 함께 한투증권은 지난 1월과 2월에도 잇따라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1월에는 전 명동PB센터 직원이 투자일임계약을 위반해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고객과 계약 체결 당시 위험자산 비중을 40% 이내로 운용하기로 약정했는데 비중을 최대 98.9%까지 운용해 과태료 3000만 원이 부과됐다.

또 한 달 뒤인 2월 퇴직연금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골프 접대를 벌이고 LED 전등을 구매해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총 259명에게 93회에 걸쳐 6800만 원 상당의 골프 접대가 이뤄졌고 LED 전등 300만 원어치 구매해 43개 퇴직연금 사용자에게 제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적 못지않게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투증권이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에 맞서 업계 실적 '1위'를 달성하는 등 성장세가 탄탄하다"면서도 "이제 실적과 함께 내부 관리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명확한 기준이 나오면 이에 맞춰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카카오뱅크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 기업인 데다 아직 은행지주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감원 제재에 대해 "몇 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지속적인 내부통제 강화와 직원 교육으로 불법행위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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